[글로벌 통화전쟁] 주요 선진국 무차별적 양적완화 지속… 韓銀, 금리 방정식 ‘골머리’

입력 2012-12-24 19:15

주요 선진국의 무차별적 양적완화가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의 정책 역량이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유동성 과잉은 환율과 물가에 부정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내수시장의 위축 및 가계부채 문제까지 얽혀있어 한은이 복잡한 ‘금리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갈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자본시장은 제로금리에 머물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기준금리(2.75%)가 상대적으로 높아 글로벌 자본의 타깃이 되고 있다. 외국 자본이 밀려들어오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도 약화된다.

한은이 외국 자본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하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 문제는 물가와 가계부채다.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가뜩이나 글로벌 투기자본으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자칫하면 고물가 행진이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대출 이자 하락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또다시 급증할 가능성도 높다. 한은이 금리 방정식에 골머리를 앓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몇 차례 한은의 정책 실기를 지적했던 점은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2010년 국정감사에서 한은의 물가안정 기능이 실패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한은의 금리 정상화 타이밍이 늦어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일단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은 정부가 추진 중인 선물환 포지션 규제 등 환율정책이 일정부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보조를 맞추고 있다.

환율을 방어한다고 급진적으로 금리를 낮출 경우 물가불안과 인플레이션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0월 “환율전쟁이라는 말은 쓸 생각이 없다”며 금리 정책을 통한 환율 조정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점진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