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전쟁] 급격한 환율 하락세… ‘심리적 마지노선’ 계속 뚫려
입력 2012-12-24 19:15
환율 불안으로 외환당국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국의 가시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환율 하락세로 ‘심리적 마지노선’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강해 당국이 검토하는 추가 규제 역시 속도 조절 외에는 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6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이 승리한 이후 엔화 약세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100엔당 원·엔 환율은 지난 13일 1292.91원으로 1300원 선이 무너진 이후 계속 하락하다 24일에는 1272.5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1079.0원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지목됐던 1080원 선이 깨진 이후 대선 직전인 18일 1072.8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1070원대 초반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 축소하며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외국환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적용방식을 기존 1개월에서 1일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추가적인 규제 방침을 밝혔음에도 시장은 환율 하락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여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을 방어하는 것은 자칫 미국 등 주변국에 지나친 환율 개입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외환당국은 당분간 선물환 포지션 관련 미세 조정으로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만 환기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정책효과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면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규제가 선제 대응 차원일 뿐 실질적 효과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돈줄을 쥐고 있는 자금부가 원래 포지션 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용해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이 정도의 당국 규제로는 시장에서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세종=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