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어디로 가나] 유학 떠나는 손학규 ‘독일 구상’은?
입력 2012-12-24 19:28
민주통합당 손학규(사진) 상임고문이 내년 1월 중순 6개월 일정으로 ‘독일 유학’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이 손 고문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완성으로 끝난 ‘저녁이 있는 삶’을 완성하기 위한 차원의 유학이어서 그가 독일에서 내실을 다져올 경우 대선주자로서 재부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손 고문은 독일 사민당 싱크탱크인 애버트재단의 후원을 받아 6개월 동안 자유베를린대학 연구원으로 공부할 예정이다. 손 고문이 독일을 유학지로 정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손 고문의 싱크탱크 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제학 사무총장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고문이 연초 유럽 각국을 두루 돌았는데, 다녀온 뒤 유독 독일에 대해서만 ‘꼭 다시 둘러보고 싶다. 독일은 배울 게 많은 나라인데 내가 그쪽에 아직 미진하다’고 하더라”며 “그러면서 독일의 복지와 통일 과정에 대한 공부를 좀 탄탄히 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복지의 경우 남녀노소가 두루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육아와 보육, 교육, 노동 등이 유기적·보완적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과 이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또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인간다운 삶 보장 등이 독일 복지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손 고문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슬로건으로 내세운 ‘저녁이 있는 삶’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고용진 전 민주당 대표 비서실 부실장도 “손 고문은 복지와 노동 정책의 대전환과 이와 맞물려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독일이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경제 및 복지 강국이어서 독일행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애버트재단을 후원하는 사민당이 대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와 동유럽과의 화해를 주요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어 손 고문의 귀국 이후 구상도 이와 연관돼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고문은 그동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통한 고용 확대에 관심이 많았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경기지사 시절에는 남북교류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별히 아꼈을 정도다.
이 사무총장은 “손 고문이 대선에 두 번 출마했는데 ‘(선거) 벽보에 한 번도 내 얼굴을 못 올려봤다’고 못내 아쉬워했다”며 “독일 유학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한국에 더 기여할 부분이 있는지를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