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내에서 상이한 ‘안철수에 대한 생각’이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향후 정국을 논하며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선거 패배에 따른 서운함을 강하게 표출하는 이도 상당수다. 미국에 체류 중인 안 전 후보가 귀국해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경우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한 재선 의원은 최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선거가 끝났지만 우리는 안 전 후보에게 감정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국민연대나 신당 창당과 관련해 당과 안 전 후보와의 결합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지금 상태로선 뭘 같이하자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뿐만 아니라 친노(親盧·친노무현)계를 비롯한 민주당 내 주류 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이 안 전 후보에게 섭섭함을 느끼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우선 후보 단일화가 좀 더 빨리 됐어야 하는데 안 전 후보가 초반에 너무 시간을 끌었고, 울먹이면서 대선 후보직을 포기해 아름다운 단일화가 안 됐으며, 선거를 속 시원하게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때문에 적어도 민주당 주류와 안 전 후보가 이른 시일 내에 긴밀한 관계를 복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비주류의 생각은 다르다. 비주류 모임인 ‘쇄신모임’ 측 김동철 의원은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후보가 창당할 경우 합류 가능성을 묻자 “민주당이 체질과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까지 가지 못한다면 대폭풍 또는 외부적인 원심력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모임의 안민석 의원도 다른 라디오에서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았는데, 민주당이 안 전 후보에게 모아진 국민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비주류 인사들은 친노계에 대한 불만이 커 ‘세력정치’를 비판해 온 안 전 후보와 향후 뜻을 같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안 전 후보 역시 민주당 내 상반된 시각에 맞춰 본인의 정치적 행로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정당 정치에 극도의 불신을 표출해 온 그가 민주당을 외면하고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들 경우 패배 후유증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제1야당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손병호 기자
[민주당 어디로 가나] 민주당내 두갈래 ‘안철수 생각’
입력 2012-12-24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