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 구상] 이한구 “현정부, 당선인 공약과 반대정책 펴지 말아야”… 벌써부터 정책 기싸움

입력 2012-12-24 19:13

미래 권력을 탄생시킨 새누리당이 현재 권력인 이명박 정부와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 6조원 증액을 두고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정부와 입장이 엇갈리면서다. 역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전 정부와의 사이에서 불거졌던 ‘점령군’ 논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전·현 정권 간 갈등과는 ‘차원’이 달라 적정수준에서 조율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18대 대선 뒤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 새 정부가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책임감 있게 마무리해 줄 것을 현 정부에 부탁한다”며 “정부가 박 당선인의 공약을 숙지하고 있을 테니까 그것과 반대되는 방향은 물론 반대정책을 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나라 밖에 여러 위험이 많이 생겼음에도 대과 없이 연말을 맞이하게 돼 다행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공무원들이 많이 애쓰신 것을 이 자리를 빌려 치하드린다”면서도 “전체가 높게 평가받으려면 끝이 좋아야 한다. 그동안 미뤄왔던 미결과제와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위험에 대해 사전 대비하는 노력을 한층 더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요즘 에너지 수급불안과 여러 가지 국민안전 문제, 물가안정 문제가 있는데 특히 어려운 분들, 사정상 배려해야 하는 분들에 대해 공무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힘을 써 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예산안은 일단 원안대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증액에 반대한 입장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K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이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은 새 정부가 집행할 예산”이라며 “새 정부를 담당할 쪽의 얘기를 최대한 반영해야지, 지금 정권의 시각에서 예산을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박 당선인의 공약은 2014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라는 얘긴데 그러면 새 정부는 1년을 손놓고 있으라는 거냐. 반드시 시정을 해야 되겠다”고도 했다. 또 “지금 정부 예산안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너무 과대평가해서 만들어졌다. 잘못된 미래 예측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안에서 6조원을 더 늘려야 되기 때문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 중 4조원을 깎아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 초에도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퇴임을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일 서로 언성을 높이고 얼굴을 붉히는 등 갈등을 노출했다. 인수위가 각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에까지 지난 5년간의 정책을 평가하고 이 당선인 공약 시행계획을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인수위는 호통치고 자기반성문을 요구하는 곳이 아니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공무원들에게 “마치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임할 필요는 없다”고 지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한반도 대운하 사업 등 이 당선인의 주요 공약을 비판하기도 했다. 인수위 측에서는 “노 전 대통령 발언은 적절하지 못하다. 상황 인식이 잘못됐으니 비판과 진단도 잘못됐다”고 발끈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