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이 그리워요”… 사랑의 온도탑 겨우 50도
입력 2012-12-24 21:50
8살 지영(가명)이는 크리스마스가 싫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는 날이지만 서울의 한 쪽방촌에 사는 지영이는 오늘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워야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예쁜 상자와 포장지가 많아 오히려 바쁜 날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케이크 상자와 인형 포장 안을 살펴보지만 빈 상자뿐이다.
지영이에게는 선물 대신 폐지를 한 아름 싣고 오는 할아버지가 유일한 가족이다. 귀가 어두워 아무 일도 못하시는 할아버지는 어린 손녀의 손을 잡고 오늘도 폐지를 줍는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거리에는 아름다운 조명과 성탄 노래가 흘러나오지만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지영이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잠시 길을 멈추자 할아버지가 다그친다. 부질없다고.
지영이처럼 가난과 외로움에 지친 아이들은 늘 따듯한 손길이 그립다. 하지만 깊은 불황은 그들을 돌아볼 여유와 온정도 앗아가고 있다. 올해 사랑의 온도탑은 이제 겨우 50도를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도 이상 낮은 온도다. 삶에 찌든 개인들의 도움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우리 삶이 어렵다고 느낄 때 가난한 아이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진다. 아이들은 세상을 스스로 헤쳐나갈 힘이 없기 때문이다.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지영이의 가냘픈 손은 우리가 녹여줘야 하지 않을까.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