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동희] 스마트 시대의 사회적 경험

입력 2012-12-24 19:36


정보화시대에서 스마트시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선도기업들은 제품, 서비스의 독특한 경험을 발굴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전략을 추구했다. 애플 같은 기업은 경험의 가치를 중시해 창의적 경험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부정적인 면을 제거함으로써 새로운 만족을 고객에게 전달했다.

이런 것들이 스마트기술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사용자 경험의 미래 방향이나 앞으로 패러다임이 주목되고 있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용어는 창시자 돈 노만(Don Norman)이 지적했듯 기존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사용됐다. 그런데 스마트혁명이 진행될수록 이 ‘경험’의 범위가 더 모호해졌다. 얼마 전까지 사용자경험은 개인의 반응, 인지, 태도 등을 측정하는 분야였다. 그러나 작용대상이 확대되고, 인간반응이 다양화되며, 업무 분야가 다변화된 스마트시대에는 새로운 개념화가 필요하게 됐다.

그간 사용자경험의 한계점은 개인의 경험에 한정되었고 이미 만들어진 기술을 사용하는 피동적 입장이라는 점이다. 이는 개인적 영역에서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소셜미디어처럼 여러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가치가 사용자의 개인적 만족이나 경험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로 승화되고 환원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스마트기기 제작에만 관심이 있었지 거기서 파생된 가치가 집단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는 소홀했다.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이를 통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SX(Social eXperience)이고, 앞으로는 이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SNS를 예로 들면 개별 사용자들의 경험이 모여 새로운 그룹의 경험군을 형성하고, 이러한 그룹들이 서로 영향을 미쳐 또 다른 모델을 형성하면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SX를 잘 활용해 성공한 서비스로 트위터의 리트윗, 소셜커머스의 경험공유시스템, 소셜TV의 실시간 의견교환 기능을 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외형적 경험에서 한발 나아간 가치 창출과 공유의 문제가 중요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기술 개발에서 사용자의 가치를 능동적으로 반영해 적극 활용하며, 사용자 간 선순환 구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래의 스마트 기술은 잠재되어 있는 사용자의 가치를 발굴해 기술 디자인에 반영하고, 가치의 선순환 구조에서 새로운 가치를 재생산하는지가 관건이다.

사용자의 경험 속에 잠재된 가치의 종류는 무한하며 새롭게 발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킬러 애플리케이션 같은 핵심 가치 창출기술은 사용자와 기술 간 가치 창출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파는 것은 아이팟이라는 휴대용 MP3 플레이어가 아니라 아이튠즈를 통한 음원 판매와 사용자의 청취 경험이다. 플랫폼의 편의성을 강화함으로써 고객 참여라는 중요한 가치를 증대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 스토리다.

사용자의 경험이 사회적 승화를 통해 수익창출 메커니즘과 연결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애플은 이제 팟캐스팅 서비스를 통해 TV시장으로 진입하려고 한다. 이 서비스 역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TV란 기기가 아니라 사용자의 시청 경험이다.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 생태계를 만들고, 인간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창출하는 것이 타사와 다른 전략이다.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