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문제로 떠오른 영유아 사교육비
입력 2012-12-24 18:40
0∼5세 영유아 사교육비가 연간 2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2%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7월부터 전국 125개 지역, 영유아 33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아를 키우는 부모의 41.9%, 유아를 키우는 부모의 86.8%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정규 비용 외에 사교육비를 지출한다고 응답했다. 총 교육·보육비용 5조9000억원 중 사교육비 비중이 48.8%에 달하며 1인당 사교육비는 한 달 평균 8만100원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0세부터 5세까지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공교육 서비스가 못 미더운 학부모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을 사교육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월 100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은 자리가 없어 대기번호를 받아야 할 지경이며,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기들까지 영어유치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한다.
지나친 교육열과 대학 만능주의가 빚어낸 비극이다. 우리 사회는 ‘일류 대학=성공’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면서 사교육 광풍이 초·중·고교도 모자라 유치원까지 휩쓸고 있다. 자녀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청하는 ‘에듀푸어’라는 신빈곤층도 생겨났다. 지난해 정부가 집계한 사교육비는 20조1266억원이다. 하지만 영유아 교육비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교육비까지 합치면 3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게 교육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덜려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과거 정권마다 사교육비와의 전쟁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선행학습 금지법’을 만든다고 했고, 문용린 신임 서울시교육감은 중1 시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법으로 강제하더라도 추진해야 한다.
근본 해법은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 가는 ‘입시 만능주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개성과 능력을 살리지 못하고 획일적인 고학력인들만 배출해내는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져 퇴보하는 것은 물론 고학력 실업자 등 문제점만 양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