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예방 스타틴, 당뇨병 위험 높인다… 환자들은 잘 몰라
입력 2012-12-24 17:26
뇌와 신경 조직에 많이 함유돼 있는 콜레스테롤의 혈중 내 수치가 높아지면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콜레스테롤은 국내 돌연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급성 심근경색과 협심증의 원인이기도 하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을 일으키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로, 1987년 승인을 받은 이후 ‘신의 선물’로 불리며 세계 많은 심장 질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스타틴을 장기 복용할 경우 당뇨병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해외에서 속속 보고 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올해 1월 스타틴이 당뇨병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어 고위험환자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3월부터는 스타틴 안전성 서한에 장기 복용 시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추가했다. 영국의약품청도 당뇨병 발병 위험보다 콜레스테롤 감소 이득이 많아 투약을 중단할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스타틴이 고혈당 및 당뇨병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으며, 독일 역시 11월 자국 내 가이드라인에 이같은 사실을 고지했다.
이와 관련, 고광곤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스타틴은 심장질환의 2차 예방을 위해 중요한 약물로 심혈관질환을 30∼40% 감소시키는 약이지만 당뇨병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내 환자들도 약을 처방받을 때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스타틴 제제가 왜 당뇨병 유병률을 높이는 지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규명된 바 없다. 다만 콜레스테롤 효소를 억제하는 과정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해 당뇨병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 중에는 복부비만 환자가 많고, 당뇨병 전 단계에서 스타틴을 복용한 경우 시간이 지나 당뇨병이 발병하면서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여 진다. 미국은 유병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 교수는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복용자의 당뇨병 걸릴 확률이 9% 이상 높다. 10명 중 1명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며 “고용량을 쓸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국내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당뇨병 위험이 있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국내 환자들만 몰라서는 안 된다”며 “1차 예방, 2차 예방으로 나눠 환자 개인에 맞게 스타틴을 복용하고 심장병의 요인이 여러 가지인 만큼 저용량을 써가면서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id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