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나침반] 행복을 앗아가는 병 ‘치매’… 해답은 있다

입력 2012-12-24 17:20


영화, 드라마의 주요 인물이던 치매 환자를 이제는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70대 유명 경제계 인사가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에 치매가 핫이슈가 되기도 했다. 급격한 고령화에 치매 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치매환자는 4배 이상, 치매로 인한 진료비는 무려 11배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고, 그 추세는 계속될 것이란 이야기다.

흔히 망령이나 노망으로 불리는 치매는 인지기능장애뿐 아니라 일상생활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병이다. 기억력은 여전히 좋지만 장을 보고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의 집안일, 전화를 걸고 받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교적 치매 초기단계에도 나타나는데, 이를 간과할 경우 치매로 인한 고통은 가중된다. 치매가 진행될수록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환자 보호자가 겪는 간병 스트레스는 더욱 극심해지고 경제적 부담, 심리적 갈등, 가족간의 불화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치매를 일상의 행복을 앗아가는 병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치매를 노화의 한 과정으로 인식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치매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의학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 따라서 평소 본인과 가족, 주변인을 잘 살펴 조기에 치매를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치매 진단 후에도 적극적으로 치매를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

가장 흔한 치매 유형인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의 경우 사회 심리적인 치료와 약물 치료 등을 병행한다. 간혹 약물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치매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치료하는데 필수적이며,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하다. 먹는 약 이외에도 피부에 붙이는 동전 크기의 패치제가 있어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보다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고 지겹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일상에 조금씩 금이 가고 완전히 무너져 결국에 일상생활이 단 하나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의도치 않게 치매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병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건망증이나 우울증 등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의심 가는 증상이 있을 경우 치매센터, 보건소, 병원 등을 빨리 찾아보길 바란다. 보다 일찍 치매를 진단받고 관리한다면 지금 가족과 함께하는 단란한 행복을 오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거기에 치매 치료에 대한 해답이 있다.



유제춘 대전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