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민생정부 구상] 비즈니스 프렌들리 → 경제민주화 금산분리 완화 → 강화 ‘방향 전환’

입력 2012-12-23 20:18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국정 구상에 돌입하면서 이명박 정부 핵심 경제정책의 존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정부가 당과 지지기반을 공유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경제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내부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줄어들고 있어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우선순위가 바뀌고 일부 과거 정책은 폐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균형재정 포기, 재원확충 우선= 23일 현재 과천정부청사 1동 현관에는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커다란 현판이 붙어 있다.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세종시로 옮기며 현 정부의 경제구호가 담긴 현판은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다. 반면 박 당선인은 중산층이 이미 몰락했다고 보고 경제 키워드로 ‘중산층 70% 재건’을 꼽고 있어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현판의 내용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현실 인식 차이는 정책 방향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대선 이후 박 당선인 측의 최대 이슈는 인수위 구성과 함께 정책 집행의 ‘실탄’이라고 할 수 있는 내년 예산안이다. 박 당선인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맡았던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약”이라면서 선거기간 중 내놨던 공약을 최대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당선인도 당선 직후 “약속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복지를 중심으로 한 공약을 실현할 재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당장 박 당선인 측은 가계부채 조정을 위한 국민행복기금 재원 18조원과 경기부양을 위한 10조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국채 추가발행을 고심하고 있다. 결국 국가신용등급 향상이라는 성과를 얻게 했던 ‘MB노믹스’의 균형재정 기조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대신 경제민주화=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줄곧 외쳤던 감세 정책과 ‘비즈니스 프렌들리’도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계승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수출 중심 대기업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성과가 사회 전반에 나눠지는 ‘낙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양극화 현상만 심화시키고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뒤 결국 ‘공정 상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박 당선인은 글로벌 재정위기로 서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민생 정부’, ‘중산층 70% 재건’을 내걸었다. 낙수 효과나 공정 상생에 앞서 당장 먹고살기 팍팍한 서민들을 돌보겠다는 것이다.

MB노믹스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근혜노믹스’의 경제민주화에 자리를 내줘야 할 형편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금산분리 완화는 박 당선인이 내민 금산분리 강화 카드로 대체됐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투자환경의 획기적 개선, 규제 대폭 개선 등도 재검토 대상이다. 대기업 편중 현상이 골목 상권을 잠식하고 소규모 자영업자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함께 야심 차게 출범했던 기재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등은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녹색성장과 일자리 창출, 신성장동력과 서비스산업 육성 등 일부 ‘미완의 과제’들은 차기 정부에서도 계승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