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은 ICBM 기술개발 의도” 국방부, 은하3호 잔해 분석
입력 2012-12-23 20:11
국방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잔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지난 12일 발사된 ‘은하 3호’는 우주발사체가 아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을 발사체 부품을 통해 확인한 것은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가 시험 발사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국방정보본부 관계자는 23일 “지난 14일 수거된 1단 추진체 잔해는 산화제통으로, 북한은 독성이 강한 적연질산((HNO₃ 94%+N₂O₄ 6%)을 산화제로 썼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옛 소련이 유도탄에 사용했던 적연질산은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물질이어서 이를 쓴 것 자체가 ICBM 기술 개발을 위한 의도”라고 밝혔다. 나로호 같은 일반적인 우주발사체의 산화제는 보통 초저온에서 냉각시킨 액화산소가 주로 사용된다.
이 관계자는 “산화제통에 들어간 적연질산이 48t정도로 이를 1단 로켓 추진력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118t의 추력이 발생했다”며 “이 정도 추진력이면 500∼600㎏의 탄두를 장착하고 1만㎞ 이상 비행하는 능력을 갖춘 로켓의 성능”이라고 말했다. 나로호의 1단 추진력은 170t이다.
압력 센서와 전기배선 등은 외국에서 수입한 상용부품으로 추정되며 산화제통 동체의 재질은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이 혼합된 합금(AIMg6)으로 밝혀졌다. 압력 센서와 전기배선은 미사일 기술 확산을 제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저촉되는 부품은 아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동체의 경우 북한이 자체 생산했을 수도 있지만 수입 가능성도 있어 MTCR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화제통 모양은 이란에서 개발된 미사일에 사용된 것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은 서해 변산반도 서쪽 150여㎞ 해상에서 1단 추진체 잔해를 인양했으며 지난 18일까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국방정보본부와 국군정보사령부, 항공우주연구원 전문가 42명이 분석 작업을 벌였다.
국방부는 또 1단 추진체 잔해에 이어 추가로 연료통과 연료통 하단부, 엔진 연결 링 등으로 추정되는 잔해 3점을 인양해 ADD에서 정밀 분석 중이다. 이 잔해들 역시 산화제통 수거 지점 근처에서 발견됐으며 연료통은 충격으로 찌그러졌지만 ‘3’이라고 쓰인 파란색 페인트 글씨가 선명했다. 산화제통에는 ‘은하’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