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로켓 수준, 500∼600㎏ 탄두 1만㎞ 이상 날릴 수 있는 기술 확보

입력 2012-12-23 20:10


국방부가 23일 발표한 ‘은하3호’ 잔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재진입체와 탄두 항법 기술만 추가로 갖출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500∼600㎏의 탄두를 1만㎞ 이상 날릴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단분리 기술과 추진력은 이미 확보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지난 14일 해군에 의해 수거된 은하3호 1단 추진체 잔해는 산화제통으로, 국방부는 산화제 재료에 주목했다. 길이 7.45m, 직격 2.4m, 두께 3.8㎜, 중량 1.13t의 원통 모양 산화제통에는 독성이 강한 적연질산이 사용됐다. 옛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과 북한 노동 미사일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보통의 우주발사체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국방부 전문가는 “현재 수많은 위성 및 우주발사체에 적연질산을 산화제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며 “불임을 유발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어서 우주선진국에서는 사실상 폐기된 물질”이라고 말했다.

8개의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조각을 용접한 산화제통은 용접선이 일정하지 않아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됐다. 용접으로 연결된 조각 간격도 천차만별이다. 로켓 생산과정이 규격화되지 않았으며 추진체 제작기술이 아직 낮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원통 모양은 이란제 미사일과 비슷했다. 결국 북한은 추진체 연료 제조 기술은 옛 소련의 미사일로부터, 형태 제작은 이란에서 기술을 이전 받아온 셈이다.

산화제통 측면에는 지상으로 엔진 상태를 실시간 전송하는 카메라와 배관 및 전선을 보호하는 가압가스 배관덮개, 제동모터 등이 장착돼 있었다.

추가 인양된 잔해 중 연료통 추정 물체는 지름 2.4m, 높이 4.2m, 무게 0.4t 이었으며 연료통 하단부는 지름 2.4m, 높이 1.2m, 무게 0.1t으로 금속성 튜브가 서로 엉켜 있었다. 연료통과 엔진을 연결하는 엔진 연결링 부위는 지름 2.4m, 두께 0.35m, 무게 0.1t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추가 수거된 잔해를 정밀 분석하면 은하3호의 자세한 설계와 성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면서 “어떤 엔진이 로켓에 쓰였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은하3호의 1단 추진체 엔진은 노동-B(무수단) 미사일의 엔진 4개를 합쳐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 3000㎞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이번 로켓의 2단 추진체에 스커드 미사일의 엔진 1개를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