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넘는 성탄선물 불티 나지만…빈곤층 아동 “운동화 갖고파” 1위
입력 2012-12-23 22:57
성탄과 연말을 앞두고 자녀를 위한 선물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3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지만 생필품 수준의 값싼 선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빈곤층 아동들도 우리 주위에 수없이 많다.
지난 22일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은 성탄 자녀 선물 이벤트가 진행됐다. 람보르기니 모형 자동차는 대당 89만원에, 한정판 페라리 모형 자동차도 16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 코너의 인기 선물은 스위스제 자이로바 제품으로 가격은 30만∼50만원대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하루에 10세트 이상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소비자들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이달 들어 패딩·다운 점퍼 판매가 크게 늘면서 전체 매출도 작년 동월 대비 34% 늘었다.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에서 아동 의류 블루독은 7∼8세 남아용 오리털 점퍼를 25만6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담당 판매원은 “원래 가격은 35만8000원인데 할인 중”이라며 “찾는 사람이 많아 조기 품절될지도 모르니 인터넷 주문도 알아보라”고 말했다.
고가의 장난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3일 이마트 서울 성수점에서는 성탄 선물 이벤트로 내놓은 레고 닌자고 시리즈 ‘에픽 드래곤 배틀’이 모두 품절됐다. 이 장난감 가격은 12만9900원이었다.
반면 생활보호대상 등 빈곤층 아동들은 비싼 옷이나 장난감은 그림의 떡이다. 서울 종로구청은 관내 소년소녀 가장과 가정위탁아동 13명에게 성탄절인 25일 아동당 5만원 상당의 선물을 증정하기로 했다. 노원구청도 87명의 대상 아동들에게 3만원 상당의 냄비세트를 전달할 예정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도 비싼 선물을 갖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주로 상품권이나 신발, 학용품류 등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빈곤층 아이들이 원하는 성탄 선물 목록은 옷이나 운동화 등 생활필수품이 많았다. 경기도 이천시가 최근 생활보호대상 자녀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크리스마스 소원을 조사했다. 그 결과 빈곤 아동 177명 중 35명이 ‘운동화가 가장 갖고 싶다’고 응답했고 31명이 MP3, 24명이 의류를 원했다. 의류 희망자 중엔 새 점퍼를 입고 싶다는 청소년이 14명이나 됐다. 어떤 아이는 “초콜릿케이크에 삼겹살을 배불리 먹고 싶다”고 했고, “예쁜 신발이 소원”이라며 발 크기까지 적어 보낸 여자 어린이들도 많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가정 여건상 원하는 선물을 갖지 못하는 빈곤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