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케리, 외교정책 힘 실릴까

입력 2012-12-23 19:58

“어떤 의미에서 존 케리 의원은 평생을 국무장관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온 사람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이어 차기 국무장관으로 케리(69·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을 지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30년 동안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이슈를 다뤄 온 케리 의원만큼 많은 외국 대통령과 총리를 알고 외교정책에 정통한 개인은 없다”며 “(장관으로서) 현장훈련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인물로, 향후 미국 외교를 이끌 완벽한 선택”이라고 치하했다.

현재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케리는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도 나섰던 ‘거물’이다. 하지만 케리 의원이 국무장관이 되더라도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펼칠 ‘자율성’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포린폴리시그룹의 CEO 데이비드 로스코프는 “클린턴 국무장관 임기에 이어 앞으로도 우리는 백악관 주도의 외교정책을 목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케리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 체제 내에서 충성심을 보이고 협동하겠다는 의사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1순위 선택이었던 수전 라이스 미 유엔대표부 대사가 1년 후쯤 토머스 도닐런에 이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케리는 해외를 순방하며 외국 원수들을 만나는 일에 주력하고 큰 틀의 외교정책 방향은 백악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케리 의원이 차기 국무장관에 공식 지명됨에 따라 국무부 요직에 상원 외교위원회 보좌진이 대거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클린턴 장관이 내년 초 퇴임하면 셰릴 밀스 장관 비서실장을 비롯해 제이크 설리번 정책기획국장,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앤드루 샤피로 정치군사담당 차관보 등 ‘힐러리 사단’은 대부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케리 지명자는 아직 국무부 요직 인선 작업을 본격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원 외교위원장실에 포진해 있는 ‘외교 전문가’를 다수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선 보좌진을 이끄는 빌 댄버스 수석 참모와 앤드루 켈러 수석 고문은 모두 국무부로 자리를 옮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을 다루는 동아태 담당 차관보 자리에는 올 초 국무부 동아시아 부차관보에서 상원 외교위로 자리를 옮긴 마이클 시퍼와 백악관이 미는 대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상원 외교위원장실에서 아프리카 및 국제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섀넌 스미스 보좌관을 비롯해 파티마 슈마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 담당 보좌관, 페리 카맥 중동 담당 보좌관 등도 국무부 요직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