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쉬면 계약 연장·수입분배 불평등… 법원 “연예인 10년 전속계약 무효”

입력 2012-12-23 22:16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성낙송)는 여배우 A씨(25)가 “부당한 전속계약을 무효로 해 달라”며 전 소속사인 H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속계약이 직업의 자유, 인격권,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또 H사가 A씨의 연예활동을 강요·방해할 경우 한 건당 5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씨는 2007년 8월 H사와 10년짜리 전속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H사는 계약 기간을 ‘방송 활동을 시작해 수익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10년’으로 정했다. A씨는 2008년 10월 한 드라마로 데뷔했기 때문에 사실상 계약기간은 11년2개월로 늘었다. 소속사 측은 또 A씨가 질병 등의 사정이 생겨 활동이 불가능한 기간은 계약기간에 넣지 않기로 했다. 아파서 활동을 못하면 계약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성형수술 비용이나 교육비는 계약금 8000만원에서 충당토록 했다. 계약을 어기면 계약금을 포함해 소속사가 지출한 모든 경비의 3배를 청구일로부터 보름 안에 배상해야 한다는 독소조항도 넣었다. 계약서상 회사는 A씨의 활동에 대한 전권을 지녔고 A씨는 ‘자신의 재능·실력을 최대한 발휘해 회사의 지시를 따른다’는 의무만 부여됐다.

수입 분배도 불평등했다. 본래 A씨는 회사와 수입을 50대 50의 비율로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H사는 데뷔 직전인 2008년 9월 수입 중 중개수수료와 차량지원비, 코디, 화장비용 등을 빼고 남은 금액의 절반만 A씨가 가져가도록 부속합의서를 작성했다. A씨는 이에 불만을 품고 다른 소속사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A씨와 H사 간에 계약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법정공방이 불거졌다. 가처분 사건 외에 본안소송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