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분실 스마트폰 2만여대 조폭끼고 밀수출한 일당 검거
입력 2012-12-23 22:15
서울 강남경찰서는 조직폭력배를 끌어들여 피라미드식 점조직을 만들고, 도난·분실 스마트폰을 매입해 중국으로 밀수출한 혐의(절도 및 장물 취득)로 국내총책 이모(30)씨 등 9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분실 스마트폰을 수거해 팔아넘긴 택시기사 김모(35)씨 등 15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스마트폰 2만2460대(시가 180억원 상당)를 매입해 중국으로 밀수출했다. 이들은 하선책, 중간매입책, 상선매입책, 국내총책, 운반책, 중국총책, 자금책 등 7단계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선책은 주로 손님이 택시에 두고 내리거나 절도범들이 찜질방 등에서 훔친 스마트폰을 매입해 중간·상선매입책인 조직폭력배들에게 넘겼다. 조폭들은 접근성이 좋은 서울시내 곳곳에서 ‘중고 휴대전화 고가 매입한다’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해 하선책을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을 주운 택시기사나 절도범들은 이 전단을 보고 중간책에게 연락, 스마트폰 조명을 껐다 켰다 하는 식으로 신호를 보내 접선했다. 이들은 갤럭시S3의 경우 최고 25만원을 받았다. 특히 택시기사 김씨는 승객이 택시에 두고 내린 스마트폰을 챙긴 것은 물론 사우나를 돌며 직접 절도에 나서기도 했다.
상선매입책으로부터 스마트폰을 넘겨받은 이씨는 중국총책 장모(34·한족)씨와 연계해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밀수출했다. 국내 소비자가격이 108만9000원인 삼성 갤럭시노트2의 경우 하선책에게서 32만원에 사들여 중국총책에게 45만원에 넘기고, 현지에서는 이 가격에 30%의 마진을 붙여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남긴 돈은 환치기 담당인 자금책을 거쳐 국내 조직으로 들어왔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씨 등이 약 1년8개월 동안 챙긴 돈은 3억4000만원가량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일반인과 거래하면 범행 사실이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조폭들을 상선·중간책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