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민생정부 구상] 일괄 교체 안한 MB, 출범 초기 국정장악 제대로 못해
입력 2012-12-23 19:35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벌써부터 5대 권력기관장 인선을 검토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전(前) 정부 인사들이 대거 유임됐던 선례 때문이다. 당시 새 정부는 출범 직후 국정을 장악하지 못했고 기관장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여당에서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이명박 정권 초반의 대표적인 국정 실패 사례로 꼽는다. 박 당선인 측 선대위에서 일했던 친이명박계 인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어떤 정부라도 인사를 동결해야 하는데 노무현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에 동조하는 권력기관장들과 정권 초반 함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촛불집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점이 지금도 뼈아프다. 막대한 권한을 가진 기관장들과 원활한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태를 더 키우는 원인이 됐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후에도 수차례 권력기관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객관적 기준에 의해 발탁하기보다는 이 대통령과 가깝거나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는 지적이었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영포(영남·포항)라인’ 인선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정권 초반 틀어잡지 못했던 권력기관 장악을 꾀하려다 구설수만 일으킨 셈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대(大) 탕평인사를 초반부터 선보일지 관심이다. 일단 교체 또는 임명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권력기관장 인선이 주목된다.
국정원장에는 박 당선인이 신뢰할 수 있는 비정치권 인사의 기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역대 정권에서 국정원장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정치권과 무관한 국정원 내부에서 수장을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외부 인사는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사상 최악의 ‘검란(檢亂)’ 사태로 공석이 된 검찰총장은 박 당선인의 검찰개혁 의지와 맞물려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 등 대대적 개혁을 예고한 만큼 걸맞은 적임자를 물색할 전망이다. 인선 시기는 새 정부 출범 전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박 당선인과 조율을 거쳐 임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내년 초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뒤 검찰총장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세청장 인선과 관련해 박 당선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정고시 출신의 내부인사로 능력과 성과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법적으로 임기가 남은 감사원장과 경찰청장 인선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