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투자·고용 안 줄인다”… 근혜노믹스와 발맞춤

입력 2012-12-23 19:34


재계가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일자리 창출 등을 골자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철학 ‘근혜노믹스’에 맞춰 내년 투자와 고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투자와 고용을 축소키로 했던 당초 방침을 바꿔 최소한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졌던 투자(47조8000억원)와 채용(2만6100명)을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영계획은 1월 초 확정 발표될 예정이지만 투자의 경우 올해보다 줄이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부문의 글로벌 시장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설과 연구개발(R&D) 투자를 할 방침이고, 신수종 사업인 의료기기 등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무리한 사업확장보다 품질강화와 고급화를 통한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14조1000억원, 채용 7500여명이었던 올해와 비교해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투자와 고용이 소폭 확대될 가능성이 관측된다.

올해 사상 최대인 19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고, 고용도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7500명을 채용하며 공격 경영에 나섰던 SK그룹은 내년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첫 도입한 자율책임경영체제 아래 한 단계 성장할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 경영전략의 뼈대가 될 전망이다.

LG그룹은 시장선도를 위해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입장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내년도 계획을 수립 중인 단계”라며 “고용계획은 아직 확정 짓지 않았지만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투자는 올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LG그룹의 올해 투자금액은 16조4000억원, 고용계획은 1만5000명이었다.

올해 일찌감치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며 고삐를 죄어온 롯데그룹과 포스코의 경우 업계 전망이 어두워 대규모 신규 투자가 불투명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롯데는 아직 투자와 고용 규모를 정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올해 초 그룹 전체 기준으로 8조9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3분기에 8조4000억원으로 금액을 일부 줄인 바 있다. 철강시장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내년 투자금액이 이보다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순위 7위, 8위인 현대중공업그룹과 GS그룹은 최소한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투자와 채용 규모를 결정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여객운송 시장이 당분간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아직 투자와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당장 투자계획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계열사별로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큰 자금이 필요한 사업 부문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상태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