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민생정부 구상] 당·청 관계는 어떻게 할까… 거리 두고 사안 따라 협조
입력 2012-12-23 19:29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직후인 12월 24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만났다. 선대위 상임고문이던 박희태 의원이 당·청 일체 주장을 펴면서 논란이 되자 서둘러 회동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이 당선인은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이견이 없음을 강조한 뒤 당·청 간 유기적 관계 유지를 위해 주례회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 대통령은 5년 내내 여당과의 관계를 풀어내지 못했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어떨까. 핵심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선인과 당 대표가 만나는 것은 공식적으로 취임 후가 되지 않겠느냐”며 “과거 이명박 당선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율해야 할 것들은 비공식적으로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데다 뚜렷한 현안도 없다”고 했다.
이미 당 주류를 친박근혜계가 차지하고 있고 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의 입지도 상당히 축소된 만큼 상황이 크게 다르단 얘기다.
또 당선인 스타일상, 당 대표와 의례적인 인사 자리는 가질 수 있겠지만 엄연히 청와대에 현직 대통령이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인 회동을 갖고 당·청 관계에 이러쿵저러쿵 먼저 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우여 대표 주재로 24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도 박 당선인은 참석하지 않는다. 다른 핵심 당직자는 “박 당선인이 지난주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것으로 사실상 당의 공식 회의 참석은 마무리된 것”이라며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당 회의 참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당과 거리를 두되, 사안에 따라 긴밀히 협조하는 당·청 관계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임기 동안에는 명예직 이외의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또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요새 약속이라도 한 듯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선) 당이 정말 중요하다. 당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한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취임 초기에 박 당선인의 정치철학, 국정운영 이념과 관련해 인프라가 잘 깔려야 한다”며 “그 인프라를 까는 데 국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