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민생정부 구상] 인수위, 튀지않고 조용하게… 오바마 1기 롤 모델로

입력 2012-12-23 22:51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인수위는 차기 정부의 ‘연착륙’을 위한 역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도 ‘튀지’ 않는 실무형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인수위’ 벤치마킹=박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조용한 인수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1기 인수위’를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에 코빼기도 안 보인 채 시카고에 머물면서 전문가 그룹과 차기 정부 운영 구상에 집중했던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했다. 박 당선인과 측근의 존재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개편안과 새로운 공약을 마구 쏟아내며 ‘점령군’이란 소리를 들었던 현 정권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인수위가 정치도 하고 정책 개발도 하는 그런 방향은 아니다”며 “그동안 해왔던 것과 할 것을 정리하고 공약을 새 정부 정책으로 앉히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조에 맞춰 인수위원장은 당선인의 철학과 의중을 잘 알면서도 공약 중 실현 가능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인사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당선인의 신뢰는 깊지만 그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후보군 중에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경제통에 각종 정부 관련 업무 자문 경력을 갖고 있어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난 데다 호남 출신이라 탕평인사 기조에도 맞는다는 평가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공약 개발 책임자로 인수위원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지만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각차로 중용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용 인사’를 강조했던 오바마 대통령처럼 공약의 뼈대를 만든 측근 인사를 배치하되 내각 기용은 최소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영 정책위의장, 김광두 전 힘찬경제추진단장 등 정책통을 인수위 부위원장 등으로 중용하되 실제 청와대 인선 과정에선 안종범 의원을 비롯한 소수 측근으로 제한할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인수위가 그대로 차기 정부로 이어지는 이른바 ‘섀도캐비닛’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백악관과 행정부를 구별한 ‘투트랙’ 인사를 통해 측근인 ‘시카고 사단’은 백악관 기용으로 최소화했다.

◇비서실장·대변인 인선 서두를 듯=박 당선인의 인수위 인선 발표는 당초 예상된 26일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몇 개의 안을 보고받은 당선인이 2~3배수로 추려 최종 발탁까지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의 측근 의원은 “정권이 교체돼 할 일이 많았던 이명박 대통령 때와 다르다”면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 서두르지 않고 꼼꼼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당장의 업무 처리를 위해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 인선만 따로 떼어내 이르면 24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비서실장으로는 권영세 전 의원, 최경환 유정복 윤상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변인에는 대선 기간 박 당선인을 근접 수행한 조윤선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고, 공동대변인 체제로 갈 경우 조해진 박선규 안형환 전 선대위 대변인을 같이 기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선거 막판 공보단장으로 박 당선인의 ‘복심’을 자처했던 이정현 최고위원도 대변인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행정안전부는 인수위 사무실 후보지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와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 청와대 근처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을 준비해뒀다. 당선인 집무실은 창성동에, 인수위 사무실은 삼청동 별관에 입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