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한국판 어젠다 2020’에 담길 정신·내용은
입력 2012-12-23 19:23
‘웰페어’서 ‘워크페어’로… 일하는 사람에 더 큰 복지혜택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첫 공식 일정인 지난 20일 국립현충원 방문 때 방명록에 적은 글이다.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박 당선인이 추진할 개혁에 어떤 정신과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양극화 해소에 개혁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양극화 문제가 완화되면 사회 통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보수 성향의 박 당선인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과감한 진보 정책 도입과 진보 인사 기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개혁이 힘을 받고 연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좌우, 여야의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 위기 상황에서 과감히 좌우 정책 대연정을 시행했던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23일 “테러와 학생운동으로 사회 혼란이 극에 달했던 1960년대와 통일 후 경제 위기가 심각했던 2000년대 독일은 두 번의 대연정을 실시했다”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사회 대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식 개혁’도 경제민주화, 사회복지 강화 등 정파를 초월해 국민의 80% 이상이 지지하는 시대정신 구현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이 고실업으로 촉발된 ‘독일병’을 치유하기 위해 복지혜택을 줄이는 ‘어젠다 2010’ 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독일이 기존의 ‘복지(welfare)’ 개념에서 벗어나 근로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복지, 즉 ‘워크페어(workfare)’로 가고 있는 점을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박 당선인 역시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하는 사람이 복지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는 워크페어 방식으로 복지 제도가 정비되고 의료 등 복지 전달체계를 엄격히 관리해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복지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인 만큼 복지제도를 확대해 나가되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며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물론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정책의 일관성이다. 독일 사민당 슈뢰더 정권의 개혁정책을 라이벌당인 기민당의 메르켈 정권이 수용·추진하고, 꾸준히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는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하되 산업 정책도 질적인 발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로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꺾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철저한 품질주의와 강한 수출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핵심이다. 대기업 한두 곳이 흔들리면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는 허약한 경제체질을 내성이 강한 체질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최부식 박사는 “독일의 벤츠나 BMW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양산능력 때문이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술력 때문”이라며 “산업정책도 기술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고, 기술자 처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정책은 교육정책과 연관성을 갖는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기술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사회 경제적으로 대우를 받는 독일의 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