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넘는 비싼 의류 갈수록 인기… 아웃도어시장 초고가 브랜드 ‘광풍’
입력 2012-12-23 19:12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주부 이숙희(44)씨는 요즘 겨울 점퍼를 두고 아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아들 윤모(16)군이 “일진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노스페이스는 이제 지겨워졌다”며 가수 이승기가 광고하는 코오롱 제품을 사달라고 몇 주 전부터 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노스페이스가 비싼 데도 친구들이 다들 입고 다닌다기에 작년에 어쩔 수 없이 하나 사줬는데 올해는 또 유행이 바뀌었다며 50만원에 달하는 옷을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고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웃도어 열풍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점점 비싼 제품으로 인기가 옮겨가고 있다. 청소년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아웃도어 업체에 대한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겨울 시즌에는 캐나다구스, 몽클레어 등 가격이 더 비싼 수입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패딩 가격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캐나다구스의 인기 라인인 ‘익스페디션’은 125만원대에 달하지만 물량이 부족해 팔 수 없을 정도다. 직장인 김윤영(31·여)씨는 “캐나다구스가 요즘 인기이기도 하고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사려고 백화점에 갔지만 매장에 물건이 없어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다양한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유통되면서 아웃도어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소비 트렌드도 다각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과시욕과 경쟁심리를 부추기는 이들 업체 때문에 잘못된 소비문화가 자리잡는다는 비난이 만만치 않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이들 브랜드와 가격대에 따라 귀족과 평민 등으로 계급을 나누는 유행이 번지기도 한다. 아들이 벗어놓은 노스페이스를 아빠들이 입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도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인 판단에 따르기보다 유행에 뒤떨어지거나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고가의 수입 패딩 점퍼는 히말라야 같은 산악지대에서 입을 만한 방한복인데 국내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입는다’는 이유로 너도나도 구매하는 경향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