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의 땅 케냐에 다시 핀 ‘투르카나 맘’의 꿈
입력 2012-12-23 18:35
케냐 나이로비에서 북쪽으로 800㎞ 떨어져 있는 투르카나. 연평균 40도가 넘는 무더위와건조한 모래바람만 있는 불모의 땅이다.
지난 18일 오후(현지시간) 국제개발 NGO 굿피플(회장 김창명) 일행 20여명은 투르카나의 나페이카르 마을로 향했다.
자동차 바퀴가 모래에 빠져 몇 번씩 차에서 내려 자동차를 밀어야 할 정도로 험한 모래사막 길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반사막(semidesert) 지대에 보이는 것은 관목과 가시나무들뿐이었다. 그러나 1시간 후 멀리 큰 나무 한 그루가 보이고 나페이카르 교회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르카나 맘(Mom)’으로 불리는 고 임연심 선교사가 나무 그늘 아래 아이들을 모아 놓고 말씀을 가르쳤던 자리에 세운 교회이다. 그곳에서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예수님이 당신의 마음을 두드리네. 문을 열고 예수님을 만나보세. 한국에서 투르카나로 온 여러분을 환영하네.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환영한다네∼.” 민속복장을 한 투르카나 사람들이 굿피플 일행을 뜨겁게 환영해주는 노래였다. 도무지 사람들이 살 것 같지 않은 그곳에 1000여명이 양떼처럼 모여 있었다. 28년 동안 그들과 함께 살며 복음을 전한 임 선교사의 꿈이 이뤄지는 것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아프리카 1호 선교사’인 임 선교사는 1984년 여의도순복음교회 파송으로 이 땅을 처음 밟았다. 투르카나 인구는 약 50만명, 기독인이 3%에 불과한 이곳에 그는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25개의 제자교회를 개척하고 48개 교회를 지원했다. 또 문맹률이 95%에 이르던 이곳 아이들을 위해 투르카나어와 스와힐리어로 된 성경통독기를 제작해 복음을 전하고 글을 가르쳤다. 그가 키워낸 70여명의 고아들은 현재 의사 교사 목사 간호사 은행원 등 지역사회 리더로 성장했다. 지난 8월 풍토병으로 소천하기 전까지 그는 이곳에 미션스쿨이 세워지길 소망하며 학교 건축을 추진했다.
굿피플은 이날 이영훈 굿피플 이사장, 케냐 하나님의성회 피터 은지리 총회장, 김창명 굿피플 회장, 유가족 대표 임옥신 선교사와 조카 김정진 장로, 백동재 스코노코리아 대표, 현지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나페이카르 중·고등학교 기공식’을 진행했다.
이날 이영훈 목사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란 설교를 통해 “임 선교사는 낮은 자를 섬기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의 삶을 생애를 통해 실천하신 분”이라며 “미션스쿨을 통해 리더를 키우길 원했던 임 선교사의 큰 비전을 이루기 위해 교회와 굿피플은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피터 은지리 총회장은 축사에서 “임 선교사는 이 땅을 너무나 사랑한 여인이었다”며 “나페이카르 중·고등학교가 고아와 청소년들을 리더로 키워낸 그녀의 뜻을 계속 이어가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창명 굿피플 회장은 “임 선교사의 헌신과 사랑은 척박한 땅인 투르카나를 생명의 밭으로 일군 희망의 씨앗이었다”며 “굿피플은 나페이카르 중·고등학교가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는 희망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는 15만평의 대지에 교실과 기숙사 과학실 도서실 교사 숙소 등 8개 동으로 건축된다. 건축비는 100만 달러(약 10억원) 정도 소요되며, 완공 후 2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 굿피플은 또 스코노코리아가 기증한 신발 1만 켤레를 투르카나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초등학교 교사인 크리스틴은 “맘은 부모를 잃은 우리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셨고, 우리가 천국에 밟고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돼주셨다”며 “맘을 우리에게 보내준 한국에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또 임선교사의 후임으로 한 달전 이곳에 온 강성영 선교사는 “학교가 세워지면 새롭게 헌신할 교사들이 필요하다”며 “현재 임선교사님이 키운 제자들 중에 교사지원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투르카나엔 삼부루족, 마사이족과 함께 가장 현대화되지 않은 투르카나족이 살고 있다.
투르카나(케냐)=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