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등탑 점등 2년만에 재개… “남북의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 조성” 목소리도

입력 2012-12-23 20:38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 등탑이 2년 만에 다시 불을 밝혔다.

서울 영등포교회와 한강중앙교회, 탈북난민북한구원한국교회연합(탈북교연) 등 교계와 해병대 장병들은 성탄절을 앞둔 22일 오후 김포 애기봉에서 성탄 트리 점등예배를 진행했다. 이번 점등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대통령 선거 직후라는 민감한 시기에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성탄 트리 모양의 30m 높이 등탑은 빨강과 파랑, 초록, 노랑 등 LED(발광다이오드) 전구 3만개가 달려 점등됐다. 등탑 꼭대기에는 ‘온누리에 평화’라는 글자를 새긴 간판이 설치됐다. 성도들은 기도를 한 뒤 ‘거룩한 밤 고요한 밤’과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찬송가를 불렀다. 성탄 트리에 장식된 오색 불꽃이 일제히 북녘 땅을 향해 빛을 발하자, 참석자들은 환호와 함께 이 땅에 하루속히 평화통일이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했다.

탈북교연 상임회장 최병두 목사는 “북한은 미사일을 쐈지만 우리는 사랑의 빛을 쐈다”며 “성탄 트리의 전등 불빛이 저 암울한 북녘 땅에 사랑과 화평의 빛으로 전달되길 기원한다”고 설교했다. 성탄트리 점등은 다음 달 2일까지 밝혀진다.

해발 165m의 애기봉 정상에 세워지는 등탑의 불빛은 2∼3㎞ 떨어진 북한 개성시내에서도 보인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괴뢰들의 반공화국 심리전’이라며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를 비난해왔다.

1954년에 시작된 애기봉 등 성탄트리 등탑 점등은 2004년 6월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그러나 군은 천안함 폭침 등 도발 사건이 발생하자 2010년 12월 21일 종교단체의 등탑 점등행사를 다시 허용했다. 지난해는 김정일 사망으로 점등 이틀 전 취소된 바 있다.

한편 이번 성탄트리 점등식은 군종목사단과 사전 논의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선교연합회 한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와 전방 군인들의 피로도, 남북의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 조성 등을 이유로 점등식을 취소한 바 있는 데 점등식이 이뤄져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도 이번 점등식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며 반대했다.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