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사랑하는 사람들
입력 2012-12-23 18:29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교회에 나와 기도하고 4시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병환으로 소천한 청각장애인 집사님의 발인예배를 인도하러 가는 길이다. 교인들의 장례 때마다 운구를 담당하는 안수집사님들이 먼저 출발했다.
빈소에는 유족들과 교우들이 많이 와 있었다. 지난밤을 함께한 농인부서 에바다부 성도들도 있었다. 직장을 쉬고 기꺼이 달려와 봉사하는 사람들, 저녁 늦게 온 것이 미안해서 추운 겨울밤을 함께 지켜주는 사람들, 새벽 일찍 장례예배에 참석하고 장지까지 동행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가리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멀리 양평에서, 최근에는 원주로 이사를 했는데도 가족 같은 서대문교회에 나오겠다고 농인 집사님 부부는 기쁘게 발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항상 넉넉하고 평안한 얼굴로 수화로 찬양하며 설교를 듣는 그 예배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발인예배를 마치고 그 아들이 인사말을 전했다. “지난 3일간 베푸시는 모습들에 감동하고 감사합니다. 저도 베풀면서 살겠습니다.” 사랑은 감동과 감사를 낳는다.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