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주연] 크리스마스 만찬

입력 2012-12-23 18:51


크리스마스 하면 생각나는 것. 트리, 카드, 산타클로스, 선물, 로맨틱한 디너, 러브 액추얼리, 호두까기 인형, 콘서트, 파티 등 셀 수 없이 많다. 다들 신나고 아름다운 것뿐이다.

마지막에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란 동화가 생각났다. 이 동화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인 12월 31일 아주 추운 밤에 일어난 이야기다. 소녀가 성냥에 불을 붙이고 나타난 환상이 크리스마스트리와 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이라서 아마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소녀는 그 아름다운 환상을 보기 위해 계속해서 성냥을 켰고 날이 밝았을 때는 미소를 띤 채 죽어 있었다. 소녀는 얼어 죽을 지경이 되었는데 왜 집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다 팔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가 때리기 때문이었다.

으레 가정은 화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하더라도, 힘들더라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그런 모습만 그린다. 그게 본질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뉴스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얼마 전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강에 버린 비정한 어머니가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돈 때문에 아버지를 죽이고 그 돈을 유흥비로 쓴 아들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근래 4년 동안 일어난 패륜 범죄가 10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제 웬만한 가정폭력은 뉴스도 되지 않을 정도다.

어릴 적 목욕탕에서 본 모녀가 생각난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자 아이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야단치는 어머니였다.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에 온몸이 멈췄고, 주변 사람도 꼼짝하지 못하고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목욕탕 그 아이는 어떻게 컸을까. 그때 말리지 못한 것이 늘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물론 나 혼자 이런 가정을 변화시킬 순 없다. 그러나 발견했을 때 신고해서 마지막까지 가지 않도록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경찰이 가정폭력 범죄 신고 때는 집에 들어가 방, 화장실 등을 열어보며 직접 피해자의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고 했다. 그 판단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공권력 남용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소리 없이 신음하는 가정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크리스마스이브. 많은 사람이 가족과 따뜻한 저녁 식사를 할 것이다. 그 자리를 가질 수 있게 잘 키워준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주변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겠다. 그리고 이 행복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이웃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