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인수 안정적이고 내실 있게
입력 2012-12-23 18:48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핵심 인선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새해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인수위의 핵심 역할은 지난 5년간의 집권 세력으로부터 국정을 인계받고 향후 5년의 새로운 국정 로드맵을 짜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 앞에 발표했던 대선 공약들의 실효성을 재점검해 우선순위를 매기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또 선거 과정에서 미처 수렴되지 못한 국민들의 여망을 여야 없이 수렴하고, 정부의 의견도 반영해 보다 완성된 형태의 국정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듯 인수위의 활동상은 차기 정권의 진로를 가늠하는 방향타가 된다.
하지만 과거 인수위에서는 여러 불상사들이 발생했던 게 사실이다. 5년 전 노무현 정권에서 국정을 넘겨받은 현 정권의 인수위는 소통 부족 현상을 노출했다. 영어 공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겠다던 인수위원장의 ‘아린지’ 발언이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고, 방화로 불탄 남대문을 국민성금으로 재건하자는 발언도 논란에 휘말렸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 정부조직개편안은 야당 설득에 실패해 내각 인선이 늦어지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10년 전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의 권력이양 과정에서도 조급한 개혁 열의가 정부 관료와 인수위 사이 갈등으로 표출됐다. 공기업 민영화, 재벌 및 조세 개혁 등을 둘러싸고 재계와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 승리에 도취된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행세하면서 월권을 하고, 여과되지 않은 정책을 섣불리 내놓다 역풍을 맞은 경우들이다.
이번에 박 당선인 주변에서 인수위 기조를 ‘조용한 인수위’로 잡은 것은 옳은 방향이다. 2008년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벤치마킹해 취임식 때까지 당선인의 존재감을 최소화하고 현 대통령의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것도 적절하다. 문제는 이런 기조가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실행되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인수위원들을 각계의 존경받는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것이 첫째로 중요한 일이겠으나, 인수위원들 스스로 몸을 낮추고 국민 대통합의 정신을 살리려는 자세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현 정권과 정부 관리들이 인수위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5년 전처럼 대통령 기록물 등의 반환을 놓고 갈등을 일으켜선 안 된다. 공직자들의 줄서기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부서 내부 문건을 챙겨 보신의 방편으로 사용하려는 공직자가 있다면 철퇴를 맞아야 한다. 인수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