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 개혁도 검찰 개혁 못지않게 시급하다
입력 2012-12-23 18:46
우리 법원이 얼마나 불신 받고 있는지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흥행이 극적으로 웅변한다. 영화 내용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재판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적지 않다는 게 현실로 나타났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사법부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이른바 성검사로 대변되는 검찰이 워낙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기 때문에 법원은 상대적으로 화살을 피해간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새파랗게 젊은 판사가 부모 뻘 되는 나이 많은 재판 당사자에게 반말을 하고, SNS를 통해 대통령을 비아냥거리는 판사들이 버티는 한 법원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대법원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다는 게 더 큰 걱정거리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 개혁 작업에는 소극적이면서 평생법관제와 같은 법관인사제도 개선에만 주력하고 있어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따지고 보면 검찰 불신도 법조계의 대표 격이자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기각한 일이 잦다. 검찰의 수사 미진을 이야기하지만 검찰이 매번 부실한 수사를 할 까닭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의 변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영장 발부 기준이 들쭉날쭉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교과서적인 이유를 대기 일쑤다. 검찰과 갈등을 자초한 적이 많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말이다.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워낙 달라 지나친 온정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난도 그치지 않고 있다.
법원에 대한 불신이 굳어지면 헌정 체제 내에서 사법부가 담당하는 기능과 권위의 실추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개혁이 끝나면 다음 수순은 법원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외부에 의한 개혁의 손길이 닿기 전에 자체 개혁안을 마련해 추락한 국민 신뢰를 되찾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