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성탄 트리 2년만에 다시 점등
입력 2012-12-23 15:03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 등탑이 2년 만에 다시 불을 밝혔다.
성탄 트리 모양의 30m 높이 등탑은 빨강과 파랑, 초록, 노랑 등 갖가지 색의 LED(발광다이오드) 전구 3만개가 달려 불을 밝혔다. 등탑 꼭대기에는 ‘온누리에 평화’라는 글자를 새긴 간판이 설치됐다. 성도들은 기도를 한 뒤 ‘거룩한 밤 고요한 밤’과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찬송가를 불렀다. 성탄 트리에 장식된 오색 불꽃이 일제히 북녘 땅을 향해 빛을 발하자, 참석자들은 환호와 함께 이 땅에 평화통일이 하루속히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했다.
교계와 해병대 장병들이 성탄절을 앞둔 22일 오후 6시20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애기봉에서 성탄 트리 점등예배를 진행했다. 점등예배에는 임정석 영등포교회 목사,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탈북난민북한구원한국교회연합(탈북교연) 김삼환 목사 등을 비롯한 200여명의 성도가 참석했다. 이번 점등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대통령 선거 직후라는 민감한 시기에 이뤄져 더욱 관심을 끌었다.
국민조찬기도회 회장 고충진 목사의 사회로 열린 이날 예배는 찬송과 북한 동포의 구원을 위한 기도와 설교, 축도에 이어 성탄 트리 등탑 점등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기독무용신학원 단원들이 ‘마라나타’라는 제목의 은혜로운 워십도 진행했다.
탈북교연 상임회장 최병두 목사는 ‘성탄의 빛’(마2:9∼11)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북한은 미사일을 쐈지만 우리는 사랑의 빛을 쐈다”며 “성탄 트리의 전등 불빛이 저 암울한 북녘 땅에 사랑과 화평의 빛으로 전달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총회장 김탁기 목사는 “오늘 이 예배를 통해 남북이 하나되고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가 깃드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축사했다. 탈북교연 공동회장 김충립 목사는 경과보고를 통해 “이 땅의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북한 동포에게 성탄의 기쁨을 전하기 위한 취지로 점등 예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강중앙교회와 새문안교회, 고척교회, 한국교회개혁연대, 한국중앙교회 등이 후원한 이날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은 다음 달 2일까지 12일 동안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와 평화의 희망을 전하게 된다.
해발 165m의 애기봉 정상에 세워지는 등탑의 불빛은 2∼3㎞ 떨어진 북한 개성시내에서도 보인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를 비난해왔다.
애초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가 지난 달 23일 행사 신청을 취소해 올해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20일 국방부는 서울 영등포교회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54년에 시작된 애기봉 등 성탄트리 등탑 점등은 2004년 6월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그러나 군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등 도발 사건이 발생하자 그해 12월 21일 종교단체의 등탑 점등행사를 다시 허용했다. 지난해에는 김정일 사망으로 점등 이틀 전 취소된 바 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국방부가 성탄절 애기봉 등탑 점등 행사를 강행한 것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고 우려를 나타냈다. 성명은 “애기봉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도 안 되는 최전선 군사지역으로 그곳에 설치하는 대형 성탄 트리는 북한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며 “설치를 요청한 교회는 성탄의 은총이 북녘 동포에게도 함께 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았겠으나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선하게 전달될 수 없다는 점을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 신웅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