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1주기 맞은 어머니 임지영씨 “학교폭력 방관자도 가해자 해법찾기, 더 많은 노력을”
입력 2012-12-21 20:11
“어제가 아이 기일이었어요. 좋아했던 피자랑 통닭이랑 사들고 (추모공원을) 찾아갔었죠.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편지도 곁에 뒀습니다.”
21일 서울 방배동 교육과학기술연수원에서 만난 임지영(48·사진)씨는 지난 1년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임씨의 둘째아들 권승민(당시 13세)군은 지난해 12월 20일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가족을 기다리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학교폭력에 경종을 울린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었다.
사건 이후 기도가 생활이 됐다. 임씨는 “우리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 아이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피해 학생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방관자도 가해자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그때 (우리 아이) 편을 들어줬더라면….” 임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의 격려는 1년을 버틴 힘이었다. 그는 “포항의 어떤 아저씨가 매달 추모공원에 들러 우리 아이 사진 옆에 편지를 놓고 간다. 소소한 일상을 적은 것이다”며 “모르는 분이 우리 아이를 잊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용서를 말했다. 그는 “(가해 학생들이) 남은 형기를 채우고 사회 나와서 열심히 살면 나중에 용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권군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가해 학생들은 징역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1년 동안 쏟아진 정부 대책과 관련해서는 “무슨 법이 생겼다고 일순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교사인 임씨는 최근 권군 사건 등을 다룬 교육과학기술부·KBS미디어의 학교폭력 예방용 다큐멘터리 ‘이제는 네가 말할 차례’에 출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