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등 양적완화 조치에 中 “환율 변동폭 확대”
입력 2012-12-21 20:00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1일 위안화의 환율 변동폭을 “적절하게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잇따라 돈을 찍어내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취하면서 중국도 여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위안화와 달러·유로·엔화의 화폐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정부는 합리적인 통화정책에 기반한 성장을 유지하고 기업에 필요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이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논평은 중국 정부 웹사이트에도 실려 베이징 당국의 방침임을 확인했다.
논평만으로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 절상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것인지, 이를 막기 위해 환율 방어에 나선다는 의미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16일 시진핑 당 서기가 주관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외환 시장에서 공개시장 조작에 민첩성을 강화하고, 사회융자 총 규모를 확대하며, 환율 안정에 주력하기로 결정”한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의 급격한 가치 절상을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금융실 장밍 주임은 지난 17일 미국의 국채 추가 매입 결정으로 중국에 대한 투기자본의 공격이 예상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매월 450억 달러어치의 국채 매입과 함께 실업률이 현 7.7%에서 6.5%로 낮아질 때까지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행도 21일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기금을 91조엔에서 101조엔으로 10조엔 늘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미 유로존 내에서 무제한의 국채 매입을 공언한 상태다. 돈을 찍어내는 만큼 달러와 엔화,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만 손놓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만 오르면서 수출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환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 활개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게 우려된다. 신화통신 논평은 화폐전쟁에서 위안화가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주 소집된 주요 20개국(G20) 고위 실무자 회의에서는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통화 절하에 들어갔다”며 “세계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