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능신’신도 체포 美선 괴담… 마야 문명 예언 종말의 날 12월 21일 지구촌 곳곳 홍역
입력 2012-12-22 00:53
고대 마야문명의 달력이 예언한 지구 문명의 마지막 날이라는 12월 21일. 세계 곳곳은 종말론으로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사이비 종교가 판치는가 하면 때아닌 ‘종말 특수’를 누리는 곳도 있었다.
◇종말론 전 세계 유포…사회 불안=종말론이 가장 번성한 곳은 뜻밖에도 중국이다. 베이징 공안은 종말론을 유포하고 사회를 불안케 한다는 혐의로 신흥 종교집단인 ‘전능신’ 신도 17명을 체포했다고 21일 경화시보가 보도했다. 이 종교는 전능신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공산당을 뜻하는 붉은 용과의 대결을 통해 새 시대를 연다는 가르침을 유포하고 있다. 성폭행과 재산 헌납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산시성과 네이멍구 자치주 등 중국 각지에서 붙잡힌 전능신 신도 숫자를 합하면 1000여명에 이른다.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뒤숭숭한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미시간주 레이피어카운티에 있는 학교 33곳이 종말론 때문에 겨울방학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레이피어카운티 매트 윈드리 교육감은 학부모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코네티컷 총기난사 사고 이후 근거 없는 괴담이 퍼지면서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적고 “(소문은) 철저하게 조사됐으며, 거짓으로 판명난 것”이라고 당부했다.
호주에서는 ‘지옥문’이 나타났다는 소식으로 트위터가 발칵 뒤집혔다. 호주 서부 대도시 퍼스지역 상공에 크고 둥근 형태의 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이것은 이 지역 하늘에 종종 나타나는 오로라 현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에서는 음식과 의약품이 포함된 ‘지구멸망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종말론자에게는 유튜브 조회수 10억을 돌파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도 멸망의 징조다. 이들은 중세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가 남긴 시를 추론하면 강남스타일 영상이 10억 뷰를 돌파하는 날 종말이 온다는 의미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이 21일 10억 뷰를 돌파했다는 점을 이용한 유언비어다.
◇‘종말’ 이용한 돈벌이도 쏠쏠=궂은일에도 이득을 보는 자가 나오기 마련. 마야 유적지가 위치한 중남미 국가들은 때아닌 ‘종말 특수’를 맞고 있다. 고대 마야문명이 존재했던 멕시코와 과테말라 등은 몰려드는 ‘피난민’과 취재진 덕에 올 초부터 막대한 관광 수입을 올린 상태. 이들 국가는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대규모 공연과 불꽃놀이를 열고 종말의 날을 ‘축하’했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부가라슈산 인근의 마을도 피난민과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종말의 날에 유일하게 안전한 장소라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박물관은 스탈린 시대에 건설된 지하벙커 입장료로 1500달러를 받았다. 지하 65m 깊이의 벙커는 물과 음식, 자체 전기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1000장의 티켓은 매진됐다.
이밖에도 영국의 스톤헨지와 바티칸 등 세계 곳곳에서 ‘성지’로 불리는 장소에는 종말의 불안감을 쫓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경제 불안 등의) 문제가 점점 커지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믿지 않고 종말론에 의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