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에 불황 직격탄… ‘벙커’ 빠진 골프장 회원권, 시세 갈수록 뚝뚝
입력 2012-12-21 19:48
지난달 23일 열린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정기 이사회에서 골프장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한 이사가 앞으로 골프장 운영에 관심을 갖자고 제안하자 자금운용관리단장이 “최근 외부 투자기관으로부터 골프장 사업 제안이 있어 수익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사학연금은 최근 골프장 투자계획을 백지화했다. 사학연금 사업개발부 관계자는 21일 “외부 투자기관의 제안 금액은 과다했던 반면 골프 업황은 좋지 않았다”며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불황의 차가운 바람이 골프업계에도 몰아치고 있다.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골프장 투자는 리스크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440곳에 이르는 골프장 공급 과잉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때 뜨거웠던 골프 붐이 가라앉은 데다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 개별소비세 부과 등으로 골프산업은 차갑게 식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증가세였던 골프장 회원권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07년 1만3970장이었던 골프장 회원권 신규발급 숫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지난해 8388장으로 줄어들었다.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5631장이 신규 발급됐다.
한때 유망한 투자 수단이던 골프장 회원권 시세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기업인수 전문회사 JKL파트너스는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투자했던 골프장 회원권의 시장가치가 급락, 5억515만6000원을 자산손상차손(실제 회수할 수 있는 금액과 장부가액 간의 차이) 처리했다”고 공시했다.
골프산업이 처한 어려움은 기업들의 투자설명서에서도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리조트산업의 투자 위험을 설명하면서 “골프산업의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골프장은 늘어났지만 소비경기는 회복되지 않아 2010년 이후 이용자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한화는 자회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대한 투자설명서에서 “지방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의 부활, 골프 붐 진정으로 골프장 이용횟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은 동양리조트 투자설명서에서 “강원권 골프장의 공급 과잉 때문에 이용객이 분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스크린골프업체들은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크린골프 인구는 최근 5년간 41%나 늘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은 올해 7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