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개막] 권한 대폭 강화될 총리… 대통합 상징카드 내밀듯

입력 2012-12-21 21:40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외부 일정을 최소화한 채 인수위 등 차기 정부 구상에 착수했다. 지금보다 훨씬 큰 권한을 갖게 될 초대 국무총리를 누구에게 맡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당선인 측은 대선을 치르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공약집에서도 “(지금까지의 정부는) 총리 및 국무위원의 권한과 정책 책임성이 미흡해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받았다”며 “총리가 국무회의를 사실상 주재하고 총리의 정책 조정·주도 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9월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책임총리·책임장관제’가 포함된 정치쇄신특별안을 발표하자 박 당선인은 “제가 생각해 왔던 정치쇄신 방향과 일치한다. 안 위원장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는 입장을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당시 안 위원장은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여할 것”이라며 “총리가 3배수 정도의 국무위원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중에서 임명하는 방식으로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헌법에는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이 규정돼 있지만 지금까지는 거의 유명무실했다.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노무현 정부조차 도입 여부와 시기를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진통을 겪었을 정도로 총리의 위상 변화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세총리’라 불린 이해찬 전 총리 정도가 각료 제청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당선인 측은 아직 인수위 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를 비롯한 차기 정부에 대해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역대 정부마다 초대 총리 윤곽이 드러난 건 1월 중순 이후였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에는 2003년 1월 22일 고건 총리가 지명됐고, 이명박 정부 출범 때는 2007년 1월 24일 한승수 총리가 지명됐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코드인사’를 비판하고 ‘대탕평 인사’를 공언한 만큼 ‘100% 대한민국’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인사가 총리에 발탁되리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호남 출신 인사나 적어도 비영남권 인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거 과정에서 국민대통합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지역 투표가 여전하고, 세대별 표심이 갈린 점을 감안할 때 통합의 상징성을 갖는 총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