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책임론에 하차하는 박지원 “성찰의 길 가자”… 민주당 의원총회

입력 2012-12-21 19:40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성찰 행보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2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다음주 중 선거운동 전반을 평가하는 ‘밤샘 끝장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의 국회 사령탑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철저한 성찰과 치열한 혁신의 길을 가야 한다”면서 “오늘부터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전날 문재인 전 후보를 만나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저마다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다는 각오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문 전 후보의 대선 공약을 총괄한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좋은 정책이 정권을 창출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다.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퇴가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일부 제기됐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창당 이래 지도부가 임기를 채운 적이 없다”며 “지금은 사퇴보다 책임지는 자세, 수습이 필요한 때”라고 발언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도 “지난 4월 총선 패배 당시 평가 백서를 남기지 않은 게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했다. 결국 의원들은 1박2일 혹은 2박3일 대선 끝장 평가 토론회를 열고 이를 백서로 남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 전 후보는 낙선 인사 행보를 이어갔다.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이 주축인 시민캠프 해단식에서 문 전 후보는 “제가 부족했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힘만 갖고는 새 정치도 정권교체도 어렵다는 걸 이번 선거에서 느꼈다”며 “민주당을 보다 더 큰 국민정당으로 만드는 일에 저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이희호 여사를 만났다. 문 전 후보가 먼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 유지도 받들지 못했다”고 하자, 이 여사는 “우리도 몇 번을 떨어졌다”는 말로 위로했다. 가볍게 웃은 문 전 후보는 “그래도 광주 호남에서 깜짝 놀랄 지지를 해주셨는데 상실감을 드려 걱정스럽다”고 답했다.

당 한편에서는 문 전 후보의 5년 뒤 대권 재도전설도 흘러나왔다. 친노(친노무현)계 한 초선의원은 “1469만표로 역대 민주당 후보 사상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다”면서 “차기 재도전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당직자는 “문 후보 본인이 이미 재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패배 수습과 민주당 쇄신의 사명만 마친다면 그가 다시 전면에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