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한국과의 관계 좁히나… 日 ‘다케시마의 날’ 행사 정부 주최 유보키로
입력 2012-12-21 19:39
차기 일본 총리에 취임할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한국과의 외교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재는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일본 정부가 주최할 예정이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유보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총선을 앞두고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해 축하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시마네현이 논란 속에 강행해 온 지방 행사를 정부 행사로 격상하겠다고 약속한 것.
내년 2월 25일 한국 대통령 취임식 직전에 일본 정부가 예정대로 행사를 강행한다면 양국 관계가 더 깊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상황이었다. 아베 총재가 한 발 물러선 것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정상회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 개선을 논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도 아베 총재가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을 경우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외무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 측이 아베 총재를 초청할 경우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북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한·미·일 삼각 공조가 필수적이다. 아직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아베 총재가 이례적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이유도 외교적 고립을 피하려는 사전포석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재는 조만간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재무상을 박근혜 당선인에게 특사로 파견키로 했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누카가 특사는 박 당선인에게 아베 총재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아베는 친서에서 “양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한다”고 강조하며 이른 시간 안에 정상회담을 열자고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아베 총재의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각별한 관계도 언급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AFP통신은 국내 외교 전문가들을 인용해 박 전 대통령이 아베 총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와 함께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한 것을 언급하며 박 당선인의 선출로 양국 관계가 보다 공고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 총재는 20일에도 박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 “대통령 당선인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겠다”며 양국 관계 개선에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