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개막] 親朴 줄잇는 ‘백의종군’… 이학재 “임명직 일절 맡지 않겠다” 신호탄 쏴

입력 2012-12-22 00:19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이학재 의원이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포함해 새 정부에서 임명직 공무원을 일절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경선후보 비서실장, 대선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늘 박 당선인 곁에 있었던 그가 백의종군 신호탄을 쏘아올림에 따라 이런 움직임이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전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친박 인사들의 임명직 포기 선언이 이어질 경우 박 당선인의 대탕평 인사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정권 초기 인사 실패로 박 당선인에게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친박 핵심 측근들의 2선 후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인수위 구성과 새 정부 조각(組閣), 청와대 비서진 인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당내 자리다툼과 공무원들의 줄대기가 치열하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다음주 발표될 인수위 구성은 박 당선인이 강조해 온 대탕평 인사의 첫 시험대여서 친박 측근들이 어떤 비중을 차지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의원은 2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그동안 맡아 왔던 ‘비서실장 이학재’ 역할에서 물러나 원래 제가 있었던 국회의원 직분으로 돌아간다”며 “오늘 이 순간부터 일체의 임명직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임명직 포기 선언이 다른 친박 인사들과의 공감대에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18·19대 총선에서 인천 서구·강화갑에서 당선된 재선 의원이다.

홍 지사는 라디오에 출연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 그 주도세력들이 인사를 독점하고 권력을 독점하는 바람에 꼬이기 시작한다”며 “정권 출범에 주도세력 역할을 했던 분들은 정권 초기에는 2선으로 후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일부 친박 측근들은 박 당선인이 당내 계파나 정파를 떠나 인재를 골고루 등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임명직 포기 선언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에 참여할 때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 친필 편지를 써놓고 지방으로 향했다. 그는 편지에서 “이제 제 역할이 끝났으므로 당분간 연락을 끊고 서울을 떠나 좀 쉬어야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최경환 전 장관은 국민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그동안 백의종군해 왔고 앞으로도 좀 뒤에 빠져 있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장도 선거를 하루 앞둔 18일 당사 사무실을 비웠다.

김재중 김나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