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찾기 넘어 상거래 정보까지 ‘똑똑한 진화’… 디지털지도 “구닥다리는 가라”

입력 2012-12-21 19:29


직장인 곽윤호(36)씨는 출근 직전 애플리케이션(앱) ‘인가이드’를 실행시켰다. 스마트폰에 복합단지 아이파크몰과 가든파이브의 실내지도가 펼쳐졌다. 적당한 음식점을 골라 업체 직원에게 연락해 약속 장소를 정한 뒤 네이버 지도 앱을 열었다.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차를 몰고 이동하니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이어 ‘포스퀘어’ 앱을 켰다. 포스퀘어는 이용자가 방문한 장소에 ‘체크인’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다른 사용자들과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 앱이다. 이 음식점을 찾았던 사람들의 후기를 살핀 뒤 추천 메뉴를 골랐다. 오후 3시쯤 ‘아이쉐어링’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곽씨의 자녀가 집에 잘 도착했다고 알려주는 메시지가 떴다. 이 앱은 가족이나 친구가 일정 범위 안으로 들어오거나 나가면 위치 정보가 스마트폰 지도에 실시간 전송된다.

그는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아이쿠폰’으로 할인 혜택이 있는 인근 식당을 찾았다. 술도 약간 마셨다. ‘나대리’ 앱을 실행시키자 근처 대리기사 현황이 떴다. 주말에는 아이와 캠핑을 가기로 했다. ‘와글와글 캠핑스토리’ 앱을 실행시켰다. 집에서 가까운 캠핑장이 스마트폰 화면에 정렬돼 나타났다.

스마트폰 지도(디지털 지도)가 급속도로 스마트해지고 있다. 예전엔 길을 찾는 용도로만 쓰였지만 몇 년 사이 위치기반 서비스(LBS)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LBS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길 찾기, 지오소셜(Geo Social·위치 기반 관계맺기), 전자상거래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전 세계 LBS 가입자 수는 4억3000만명에 달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15년 LBS 가입자 수가 17억3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IT업계도 디지털 지도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지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디지털 지도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2007년 구글 스트리트뷰에 이어 지난 6월 ‘젤리빈’을 발표하며 3D 빌딩, 고해상도 항공지도, 실내지도 서비스 등을 대폭 개선했다.

그러자 애플이 가세했다. 지난 9월 아이폰5를 발표하면서 자체 개발한 디지털 지도를 들고 나왔다. 노키아 역시 내년 초 지도 서비스 ‘히어(Here)’를 발표할 계획이다. 디지털 지도에도 변화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건물 중심이던 디지털 지도에 실내 공간이 들어섰다. 구글은 복합쇼핑몰, 공항 등 1만여개가 넘는 실내지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고, 노키아도 4600여개의 실내지도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 8월엔 삼성, 노키아, 소니 등 22개 업체가 모여 보다 정교한 지도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또 다른 변화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와 디지털 지도가 결합한 지오소셜의 등장이다. 다른 사람의 위치를 실시간 검색하거나 특정 지역의 방문 기록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회원의 현재 위치 정보를 이용해 근처 오프라인 매장을 소개하는 서비스도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쇼핑몰 회원의 구매 이력 등을 분석해 근처의 매장을 추천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최근엔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입력하는 집단지성 지도도 등장했다. 구글은 올해 건물주나 상점 주인이 직접 실내지도를 입력하는 ‘구글 맵 플루어 플랜 메이커’를 내놨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