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선수들의 영어 스트레스] 국내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입력 2012-12-21 19:18
국내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 선수들 못지않게 팬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있다. 국내에서 뛰었거나 뛰고 있는 몇몇 선수들은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 ‘하프 코리안’으로 통한다.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 선수를 한 명 꼽으라면 K리그 수원 삼성의 라돈치치(29·몬테네그로)가 아닐까 싶다. 라돈치치는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5년간 활약한 뒤 2009년 성남 일화로 이적해 3시즌을 뛰었다. 2012년을 앞두고 수원으로 다시 팀을 옮긴 라돈치치는 9시즌째 K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원의 한 관계자는 “라돈치치는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인천 시절 감독의 작전 지시를 못 알아들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아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라돈치치는 요즘 사람들이 욕하는 소리도 다 들려 그게 좀 불편하단다. 라돈치치는 한때 특별귀화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내심 국가대표를 노리는 그는 내년 상반기 귀화 요건을 충족시키면 일반귀화를 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돈치치는 추석이나 설엔 지인들에게 ‘복 많이 받고 건강하라’는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
프로야구에선 라이언 사도스키(30)가 한국말을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2010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사도스키는 올해까지 3시즌밖에 한국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신문기사도 읽을 정도로 한국어를 잘한다. 트위터에 한국어로 멘션을 남기고, 취재진에게 한국말로 말을 걸기도 했다. 사도스키는 올 시즌을 끝으로 롯데를 떠나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한국어에 능한 여자 외국인 선수로는 부천 하나외환의 나키아 샌포드(36)가 있다. 샌포드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여자프로농구를 경험한 바 있다. 8년 만에 한국 무대를 다시 밟은 샌포드는 한국의 말과 글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종훈 하나외환 사무국장은 “샌포드는 감독의 작전 지시를 80%가량 알아듣고, 쉬운 한글도 읽을 줄 안다”며 “동료들과도 잘 어울려 주장을 맡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세 선수는 언어 감각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외국인 선수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