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주먹’ 순천시의원들… “예산 왜 깎아” 심야 거리서 난투극
입력 2012-12-21 22:49
평소 자질론 시비가 끊이지 않던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들이 결국 의원들끼리 심야 난투극을 벌이는 추태를 벌였다. 시민들은 혀를 찼다.
전남순천경찰서는 21일 새벽 1시쯤 순천 연향동 모 노래방 앞길에서 시의회 주모·서모·신모 의원 등이 심야에 서로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 관계가 주먹다짐으로=경찰에 따르면 주 의원은 전날 밤 동료 의원 2명, 지인 임모씨 등과 모 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연향동 노래방 앞길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예산 삭감과 관련해 얘기하다가 언성이 높아졌다.
화가 난 주 의원이 서 의원의 얼굴 등을 주먹으로 때리면서 10여분간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 의원은 옆에서 싸움을 말리던 신 의원의 멱살까지 잡아 흔들었다. 이 바람에 신 의원은 안경이 깨지고 목 등을 다쳤다. 서 의원은 현재 순천제일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서 의원은 “주 의원이 농산물도매시장 관련 예산을 삭감한 데 불만을 품고 일방적으로 폭력을 가했다”며 “의정활동에 대한 동료의원의 명백한 테러행위”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부인 명의로 농산물 유통회사 ‘N청과’를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예산결산특위 간사인 서 의원은 20일 오전 예결위에서 농산물도매시장 채소동의 건물도색 예산 2000여만원을 최종 삭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주 의원으로부터 욕설 섞인 항의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백모(48)씨는 “주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할 시의회가 불협화음으로 갈라진 모습을 보여줘 한심스러울 뿐이다”고 개탄했다.
◇곪아 터진 시의회의 불화=순천시의회 의원들 간 불협화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툭 하면 상대 시의원들에게 시비를 걸기 일쑤였다.
지난해 7월 시의원 개인사업과의 연관 의혹이 제기된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관련 예산 2억원이 상임위에서 깎였다가 예결위에서 다시 승인된 사건을 둘러싼 공방은 잘 알려져 있다.
김모 시의원이 “밀실야합으로 진행됐다”며 수상쩍은 이 예산부활의 전말을 녹취내용과 함께 폭로했다. 하지만 예결위는 시민들의 궁금증 해소보다는 “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이 삭감된 데 불만을 품고 녹취내용을 훔쳐갔다”며 김 의원을 공격하기에 바빴다.
시의회는 지난해 4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설립 등에 관한 조례를 내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개정하려다가 지방자치법에 저촉된다는 ‘위법 통보’를 받는 등 망신을 톡톡히 당하기도 했다.
순천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치단체 부단체장에 맞먹는 예우와 어림잡아 4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시의원들의 철부지 언행과 행동은 할 말을 잃게 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순천=장선욱 김영균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