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당선인, 영토·역사 문제에 단호한 원칙 보여라

입력 2012-12-21 19:08

일본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정부 주최를 유보키로 했다고 21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재가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 조기 정상회담을 요청하는 친서도 전달키로 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재가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부 차원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개최를 유보한 것은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할 공명당마저 반대하는 등 극우화에 따른 나라 안팎의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도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보였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의 극우화는 이미 역사인식 문제를 뛰어넘어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장기불황 속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일본 국민들은 ‘우경화 노선’을 앞세운 자민당에 표를 몰아줘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을 아예 상대하지 않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경제적으로 어느 나라보다 긴밀하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중요한 안보 파트너이자 중국의 군사적 팽창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국가다.

한·일 양국 모두 정권이 바뀌는 지금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가 정립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이를 위해 박 당선인은 영토와 과거사 문제에는 처음부터 단호한 원칙을 제시하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안보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집권 초기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실용외교’를 펴다가 갑자기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베 총재가 지금은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극우적 공약을 실천에 옮길 경우 한·일관계는 더 악화될 수 있다. 때문에 박 당선인은 한·일 양국 간에 빚어질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한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가는 모습도 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