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세 없다는 복지공약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입력 2012-12-21 19:07

공약과 현실 사이, 녹록지 않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실천에 옮기려면 집권 5년 동안 매년 27조원, 총 135조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재원이다. 자칫하면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수 있고, 무리해서 추진하다가는 재정건전성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

박 당선인은 약속과 원칙을 중시한다고 밝히고 있으니 어떻게든 공약을 실천하려고 하겠지만 실제로 추진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이 재원과 관련해 증세는 물론 정부가 빚을 져서 마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거유세 중 말했다는 점이 많이 걸리는 대목이다.

박 당선인은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원의 60%를 정부 예산의 씀씀이를 조율하여 불필요한 곳에 지출을 최대한 줄여서 마련하고 나머지 40%는 세원을 확대해서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예산의 바른 지출, 세원 확대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예산 조율은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관통하고 있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세원 확대는 그동안 모든 정부가 세제 개편을 거론할 때마다 들먹였던 내용이 아니던가. 마치 데자뷰(旣視感·기시감)처럼 지난 16일 총선에서 정권을 내준 일본 민주당이 2009년 정권교체를 이뤘을 때를 연상케 한다.

일본 민주당 역시 과대한 복지공약을 앞세워 정권을 쟁취하면서 복지 필요 재원은 정부 내 묻혀 있는 각종 기금, 불필요한 예산 삭감 및 전용 등으로 가능하다고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집권 2년 만에 민주당 정부는 공약을 철회하면서 국민 앞에 사과했고 급기야 정권을 자민당에 내주고 말았다.

좀더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약의 세부사항에 연연하기보다 공약을 추진하게 된 배경, 시대적 요청을 중심으로 공약을 재평가해야 한다. 예산 남용을 줄이고 세원 확대를 예정대로 추진하되 부족한 몫에 대해서는 국가부채 증액 상한을 마련하거나 공약 추진 속도를 조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란다면 증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