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뮤지컬 날고 영화·미술 날갯짓… 기독 문화계 2012 총결산
입력 2012-12-21 18:58
2012년 기독교 문화계는 풍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교회음악 저작권 관심 집중, 소향의 ‘나가수2’ 진출, 팝가수 레이디가가의 내한공연 찬반논쟁, 입소문을 만들어낸 뮤지컬 ‘언틸더데이’의 기적…. 올 한해 기독교 음악과 공연, 영화·미술을 분야별로 정리해 봤다.
◇CCM, 교회를 넘어서다=단연 이슈는 ‘나가수2’에 출연한 소향의 도전이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가수 임재범의 무대를 빛낸 CCM 그룹 헤리티지 역시 올해도 유명 가수들의 앨범 피처링에 참여하는 등 활발했다. ‘위탄3’에 출연한 조선영씨가 헤리티지 출신이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그룹은 더 유명해졌다. 또 CCM듀오 ‘시와그림’의 뮤직비디오 ‘여호와의 유월절’이 미국 기독독립영화제 뮤직비디오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씨뮤직 페스티벌, 빅콰이어 콘서트, 프리덤 집회, CCM 슈퍼 콘서트 등 연합 공연도 잇따랐고 사역자들의 새 앨범 발표도 이어졌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가스펠스타C, CCM루키 등 오디션 프로그램은 상금 규모가 커지고 참가자들의 실력, 멘토들의 열정이 조화를 이루면서 자리를 잡았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CCLI 한국지부 설립을 계기로 교회음악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한 해였다. 이에 기독문화를 담당하는 기자들 모임인 크리스천컬처플러스(CC+)는 교계 저작권 관련 단체들의 대표를 초청, 세미나를 열고 연합과 협력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뚜렷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당분간 연합은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교회들은 개별적으로 단체들에 가입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술·영화 도약하다=기독교 미술계는 단체들을 중심으로 왕성한 전시활동 및 학술세미나를 진행했다. 주목할 것은 외연 확장에만 머문 게 아니라 기독교적 가치를 알리는 본질 찾기에 노력했다는 점. 세상으로 뻗어나가던 기독교 미술이 발길을 돌려 교회로 돌아왔다.
인사동의 대중적 미술관을 벗어나 지역교회로 ‘찾아가는 전시활동’을 펼친 점이 두드러졌다. 아트미션은 ‘아트미션 정기전’ ‘크리스천 아트포럼’을 경기도 분당과 수지의 지구촌교회에서 각각 열었다. 교회 미술인선교회의 활동도 풍성했다. 사랑의교회 광림교회 지구촌교회 등의 미술인선교회 활동이 활발했고 온누리교회도 예술선교회라는 이름으로 미술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연합전, 교류전을 함께해 온 이들 선교회는 ‘대한민국 크리스천 아트 피스트’로 연합의 진면목을 선사했다. 백석대학원 기독교미술인선교회까지 함께 함으로써 연합전 및 각 교회 부스전, 청년부 특별전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기독교 관련 영화에서 눈여겨 볼 작품은 ‘철가방 우수씨’ ‘한경직’ ‘리틀 제이콥’ 정도. 지금도 교회들을 중심으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지만 흥행 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하지만 ‘리틀 제이콥’이 기독교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3D 작품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기독교복합문화공간 ‘필름포럼’이 개관한 것이다. 필름포럼은 기독교 영화 상영뿐 아니라 교회와 함께하는 문화사역의 장, 기독교 문화운동을 위한 연구 및 콘텐츠 생산의 장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뮤지컬, ‘숨은 진주’를 찾다=대표적인 작품은 북한의 지하교회와 탈북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 ‘언틸더데이’다.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이래 1년 동안 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이 작품은 10월 탈북민 출신의 오진하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새로운 내용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고린도전서 13장을 소재로 한 작품 ‘우연히 행복해지다’(우행) 역시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문화행동아트리 1.1.1프로젝트인 뮤지컬 ‘ABBA’는 전회(23회) 매진을 기록했다.
이들 작품 외에도 ‘요나이야기’ ‘빈방있습니까’ ‘마리아 마리아’ ‘바울’ 등 기독교 공연들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공연을 본 많은 관객들은 작품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작품은 고전 중이다. 이유가 뭘까. ‘기독교 작품은 공짜로 봐도 된다’는 인식부터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교회들마다 ‘문화선교비’를 조금씩 책정해 세상 속에서 선교하는 문화사역자들을 지원하는 건 어떨까.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