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안식… 한국 교회는 여전히 세상의 소망이었다

입력 2012-12-21 18:44


성경적 관점에서 본 2012년 한국 교회의 키워드10

2012년도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사실 언제나 일은 많았고, 그만큼 어려움이 컸다. 스콧 펙이 명저 ‘아직도 가야 할 길’에 적시한 것처럼 인생은 언제나 어렵다(Life is difficult). 그럼에도 올 한 해 한국교회에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닥쳤으며 그 고통의 강도는 더 컸던 것 같다.

거대한 정치의 변곡점에서 한국교회는 스스로의 역할을 물어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파해 하는 현실에서 교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힐링, 즉 안식을 주었는지 자문해야 했다. 인생사, 괴로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픔 가운데서도 사랑과 나눔이 있어서 좋았다. 슬픔 속에서 위로가, 부끄러움 속에서도 통렬한 회개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여전히 세상의 소망이다. 키워드를 통해 한 해를 살펴본다.

<종교기획부>

갈망

성경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성찰 목소리


한 해 동안 한국교회를 휩쓸었던 가장 중요한 단어는 본질이었다. 어려울수록 본질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법. 한국교회는 지난 시절에 풍미했던 성장과 성공을 뒤로하고 믿음의 본질, 교회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생각했다. 그만큼 본질과 떨어진 ‘변종 기독교’가 횡행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독출판가에서 화제가 된 책들을 보면 ‘래디컬’ ‘Not a Fan’ ‘삶으로 증명하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등 기본에 충실한 내용의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거친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과연 팬인가, 아니면 제자인가”라는 질문 앞에 모두가 서야 했다.

본질에 대한 갈망은 한국 기독교의 갱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미래목회포럼 등에서 처절한 자성을 통해 교회의 원형을 찾자는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믿음의 비본질에서 본질로의 갈망만 있어서는 참된 변화가 올 수 없다. 그 갈망을 삶으로 살아내는 돌이킴이 있어야 한다. 그릇된 것에 대한 회개의 고백은 있지만 아직 돌이킴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지는 못했다. 2013년을 맞는 한국교회는 본질에의 갈망을 뒷받침할 참된 돌이킴을 이뤄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힐링 Healing

어렵고 지친사람들, 말씀에서 위안과 치유


한 해 동안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적·사회적 트라우마가 심한 가운데 힐링(Healing)이란 말은 이제 한국 사회의 대세가 됐다. 단순한 위로를 주는 차원을 넘어 힐링 산업까지 성행하고 있다. 서점가에도 힐링 관련 서적들이 넘친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사실 힘겨운 살림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참 위로가 필요하다. 설교 강단에서도 힐링은 전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참된 힐링은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총신대 김정우 교수는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세상이 갈구하는 웰빙과 힐링은 바로 샬롬”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성경에서 샬롬은 모든 사물과 관계들이 온전하고 완전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 상태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적용된다. 샬롬이 있을 때에 자연과 사람, 사람과 공동체,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에서 물질적·신체적·정신적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의 말대로 이 힐링의 시대에 크리스천들이 추구할 것은 샬롬이다. 총체적이고, 통전적이며, 종합적인 웰빙이요 힐링인 샬롬을 한국교회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주어야 한다.

윤리

성추문 등에 깊은 자성… ‘가이드라인’ 제정


극히 일부이긴 하나 목회자 성추문 사건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한국 교회의 윤리의식 결핍을 자성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기독시민단체들은 성추문 사건 당사자인 목회자가 납득할 만한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지 않고 너무 이른 시간에 교회를 개척하는 등 목회 현장에 복귀한 것에 대해 반발, 지난 7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이런 움직임은 목회자들의 성윤리 의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 공동대책위원회는 목회자 성추문을 예방키 위해 피해자 행동 가이드 지침, 목회자 성교육 실시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기독시민단체뿐 아니라 목회자들이 스스로 ‘목회자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자구책을 마련키도 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지난달 15개 교단 및 기관 지도자와 함께 ‘한국교회목회자윤리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목회자 성문제뿐 아니라 그간 교회 신뢰도 추락 원인으로 지목됐던 교회재정 관리, 정치 참여, 교회 세습, 타 종교 존중 등에 대한 지침이 포함됐다. 사회적 비난과 교인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교회가 이러한 개혁의 움직임으로 거룩성과 신뢰도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선거

특정후보 편들기 대신 정책선거 분위기 이끌어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 올해는 1년 내내 선거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교회도 결코 선거 국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4월 11일에 치른 총선에서는 막말과 기독교 비하 발언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는 ‘한국 교회는 범죄집단, 척결의 대상’ ‘누가 정권을 잡아도 무너질 개신교’ ‘음담패설을 일삼는 목사 아들 김용민입니다’라는 발언을 해 기독인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 19일 치러진 18대 대선은 기독교인 후보가 없는 탓인지 과거 김영삼 이명박 장로가 후보로 출마했을 때에 비해 아주 차분했다. 특정 후보 편들기 시비가 사라졌고 대신 교단과 교계 연합기관 등에서는 기독교 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등 정책선거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장로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미래목회포럼 등은 후보들에게 보낸 구체적인 정책 질의서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대통령 후보들의 입장을 확인했다.

종교 편향, 낙태, 남북관계, 사형제 등 대통령의 기독교관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한국 교회는 새 대통령이 공약대로 기독교 정책을 실행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회개

‘담임목사직 대물림 반대’ 지지 여론 확산


올 한 해는 회개와 변화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특히 목회자들과 교단·시민단체가 잇달아 담임목사직 대물림을 반대하는 성명과 관련 법안 등을 발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첫 단추는 고 김창인 충현교회 원로목사가 끼웠다. 김 원로목사는 지난 6월 “자질이 되지 않은 아들을 무리하게 지원해 목사로 세운 것을 나의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로 생각한다”며 “하나님 앞에서 제 크나큰 잘못을 회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형교회 부자세습 1호’로 꼽혀 온 김 원로목사의 회개 이후 교계의 ‘세습 방지’ 여론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엔 ‘한국 기독교의 사유화와 공공성’을 주제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과 한국기독교학회 등이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해 ‘목회자 교회 세습 반대’ 여론에 힘을 보탰다. 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바른교회아카데미 등 교계 시민단체가 지난달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를 출범해 ‘교회 정관에 세습 금지 내용 추가 운동’ ‘세습 반대 서명 운동’ 등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교회 세습 방지법’ 제정이다. 지난 9월 기감은 총회 임시입법의회에서 목회자가 자녀나 자녀 배우자에게 같은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정(감리교 교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진통

종교시설·목회자에 대한 과세 여전히 ‘불씨’


종교시설과 목회자에 대한 과세 문제 등 교계 외부에서 제기된 비판뿐 아니라 내부 다툼으로 한국교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우선 서울 강남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기독교 시설에 세금을 물린 데 대한 교계의 반발이 거셌다. 교계 전문가들은 종교·복지시설의 각종 사업과 관련해 국내 세무행정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만큼 교회의 선한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목회자 과세 문제가 불거졌다. 교계에선 80% 이상으로 알려진 미자립 교회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 과세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8월 발표된 세법 개정안에는 구체적인 종교인 과세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교계가 먼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표적 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갈등은 이단 논쟁으로까지 번져 주요 교단이 탈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두 기관은 소모적인 이단 논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뜨겁다.

내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를 놓고 찬반 대립과 신학적 논쟁이 일기도 했다. 총회 한국준비위원회는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을 확대 개편키로 했다.

안티

종자연 등 반기독교 세력의 압박 극심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을 비롯한 반기독교 세력의 기독교에 대한 압박은 극심했다. 교계에선 이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보다 강력한 대처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독교를 폄훼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수준의 개인적인 행위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티 기독교 단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판단에서다.

종자연은 2005년 참여불교재가연대의 발의로 설립된 이후 반기독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종교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설립 목적이 무색할 정도로 종자연은 기독교 관련 사안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예컨대 서울 사랑의교회 신축과 관련해 교회를 공격하는 데 앞장서면서도 봉은사의 무허가 건축물,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등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교계는 한목소리로 대응했다. 무엇보다 종교차별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조사권을 불교 단체인 종자연이 맡은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장 합동은 종자연에 의뢰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종자연에 대한 교단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교계 지도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항의방문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스타일

‘싸이 열풍’ 등 한류·선교 결합해 문화전도


전 세계를 휩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은 한국교회의 선교와 전도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현지 선교사의 사역에도 덩달아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급효과에 힘입어 국내외 여러 교회는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교회스타일’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의 내용이나 가사가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일부에서는 교회가 분별없이 유행을 좇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가수 싸이처럼 동영상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한류를 이용해 해외 선교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인터넷을 이용한 복음 전파는 거리와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고, 한류로 소통하는 문화선교는 현지인과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류를 이용한 해외 선교는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온누리교회 등 여러 단체가 기획한 ‘러브소나타’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공연은 한류와 선교를 결합한 문화전도 집회로 일본 복음화를 위해 2007년부터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열렸다.

CCM

크리스천 가수들 ‘경계를 허문 사역’ 큰 호응


올 한 해 기독교 문화에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CCM의 대중화’다. 그 중심에 소향이 있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나가수2’ 슈퍼디셈버 2012 가왕전 4강전에서 그는 쟁쟁한 가수들을 물리치고 1위에 올랐다. 사실 CCM 가수로서 지상파에 출연한다는 건 큰 도전이었다. 실제로 소향이 ‘나가수2’에 나선다고 하자 일부 네티즌이 반발하기도 했다. 소향은 “부담스러웠지만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는 CCM으로 출발해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대중음악을 했다”면서 용기를 냈다. 결과적으로 그 용기는 감동과 찬사로 이어졌다.

CCM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었던 데는 크리스천 대중가수들의 ‘경계를 허문 사역’도 한몫 했다. 쿨의 이재훈은 18일 CCM 앨범 ‘THIS LOVE’를 발표했다. 앞서 개그우먼 신보라가 이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인 ‘사랑합니다’를 불러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 CCM과 개그, 팝의 만남도 성황을 이뤘다. 지난 5월 대중가수인 케이윌과 에일리는 CCM 가수들과 같이 콘서트를 가졌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들 역시 8월 CCM 콘서트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대중문화와 CCM을 결합한 힐링콘서트 ‘엘’도 호응을 받았다. CCM은 더 이상 교회에서만 불리는 ‘그들만의 찬양’이 아니다.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문화의 일부다.

재능기부

영화 ‘철가방 우수씨’ 등 하나님 나라 확장 선도


재능기부는 개인이 갖고 있는 재능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형태다. 올해는 한국 교회에 유난히 재능기부가 많았다. 대표적 사례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철가방 우수씨’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자 주연배우인 최수종씨를 비롯해 영화의 주제곡을 만든 김태원씨, 디자이너 이상봉씨, 소설가 이외수씨 등 예술인들의 재능기부로 영화가 탄생했다.

최씨의 기부활동은 이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아내 하희라씨와 함께 내레이션을 통해 받은 목소리 출연료 전액을 화상을 입은 아이들 치료비로 전달했다. 부부가 ‘목소리 기부’로 하트하트재단에 치료비를 전달한 액수만 연간 1억원에 이른다. 네 명의 크리스천 뮤지컬 배우들도 재능기부에 앞장섰다. 최정원 양꽃님 주아 최병광씨는 뮤지컬 CCM 앨범 ‘Oh! My God’을 제작해 판매 수익금을 미혼모 등 저소득 계층을 돕는 데 사용했다.

사실 재능기부는 교회 내에서는 익숙한 말이다. 사진이나 미용, 그림, 광고, 일러스트, 건축, 노래, 악기연주 등 재능을 가진 성도들이 기독교 NGO나 선교단체 등에서 봉사하며 하나님 나라 확장에 힘쓰고 있다.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같이 서로 봉사하라.”(벧전 4:10) 재능기부는 크리스천의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