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세속화와 분열·갈등이 어느 때보다 극심했던 올 한 해지만, 국내외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복음을 전한 목회자들의 모습에서 한국교회의 희망을 봅니다.”
지난 18일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인 김명혁(74·강변교회 원로) 목사는 올 한 해 다사다난했던 한국교회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운을 뗐다. 김 목사는 “2012년을 마무리하며 나 자신이나 한국교회를 바라볼 때 부끄럽지만 죄와 허물이 너무 컸다”며 “교회의 세속화를 해결하고 갈등을 봉합키 위해선 모두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회개하고 사랑으로 하나 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교회가 제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간 한국교회의 문제로 꼽혀온 세속화와 분열, 탐욕과 의인의식이 이전보다 더 팽배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6년 전부터 교계 진보와 보수 연합단체가 함께 참석해 온 부활절 연합예배가 올해 처음으로 무산됐다”며 “정치와 사회처럼 교회도 두 쪽으로 나눠졌다. 서로가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의인의식’을 내세워 모두를 이단시하고 함부로 적그리스도 대하듯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세습과 재정, 성윤리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목사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목회 세습과 재정 등의 문제로 교회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며 “감리교 ‘세습 방지법’ 등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은 긍정적이나 이후에도 노골적인 세습 감행이 이뤄졌고 이러한 내용이 일반 신문에 보도됐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김 목사는 한국교회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위상 회복은 이름도 빛도 없이 재난을 만난 이들을 구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교회 연합기구와 교단도 잃어버린 권위와 신뢰를 되찾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목사는 “최근 논란이 됐던 이단 문제나 성추행 목사의 교회 개척 문제는 교회의 신뢰도 추락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이를 위해 최근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가 꾸려졌고 목회자 윤리선언도 발표됐다. 비록 (선언이) 강제적인 게 아니라 한계는 있겠지만 권면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목사는 올 한 해 한국교회가 실천한 사회봉사와 선교활동 등 선한사업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국제구호단체와 봉사단체들이 올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발히 구제에 나선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약간 잡음이 있었음에도 월드비전, 기아대책, 희망봉사단 등 단체와 개별 교회들은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귀한 일을 묵묵히 담당했다”며 “앞으로도 이들 교회와 단체가 노숙인, 이주노동자, 난민, 이재민 등 소외 이웃의 친구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교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그는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알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뜻이 ‘화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해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엡 2:16)임에도 일부에선 자신과 다른 입장을 가진 상대방을 마귀로 보고 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며 “십자가의 사랑으로 한국교회가 회개와 용서, 평화의 좁은 길을 걷는다면 교계의 문제는 물론 타종교, 북한 등과도 화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목사는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을 불식하고 화해의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고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7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세속화가 시작됐다고 보는데 이 때부터 교회에 고난과 가난이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역설적이게도 기독교는 고난이 축복인 종교다. 성경에서 부자였던 라오디게아 교회는 타락하고 박해를 받았던 서머나 교회는 칭찬을 받듯 앞으로 한국교회도 가난을 사모하는 겸손한 마음을 가져 사회에 화합과 평화의 본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교회 세속화와 분열 스스로 죄인이라 여기고 회개하고 봉합해야”
입력 2012-12-21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