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첨단 외곽경비 시스템 제구실 못해

입력 2012-12-20 21:30

한국공항공사가 수백억원을 들여 구축한 김해공항의 첨단 외곽경비 시스템이 군(軍) 공항이라는 한계로 인해 최근 베트남인 도주 당시 제 구실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한국공항공사와 부산항공청 등의 현장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일 베트남인 N씨(20)가 탑승 직전 도주한 지점은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500m 떨어진 남쪽 담장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현재 공군이 외곽경비를 맡는 곳으로 최근 도주사건이 발생한 뒤 서둘러 울타리 보강작업을 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도주사건처럼 철조망과 경비병력 등 아날로그 보안시스템에 의존하는 공군 관할 경비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국공항공사가 많은 예산을 들여 구축한 첨단 외곽경비 시스템은 ‘반쪽짜리 보안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공항공사의 외곽경비 시스템은 담장에 설치된 센서에 물체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즉각 종합상황실로 신호를 보내고, 주변 CCTV가 감지지점을 자동으로 촬영하는 첨단 경비장치다.

현재 김해공항 외곽경비는 한국공항공사와 공군이 분할 관리하고 있다.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 주변 등은 한국공항공사가, 활주로 주변 등 대부분은 공군이 맡고 있다. 공항 관계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첨단 보안시설 강화를 군에 요구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N씨는 15일 오전 10시30분쯤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항공기 탑승을 위해 세관검사와 출입국심사, 검역 등 출국수속을 마친 뒤 계류장에 대기 중인 항공기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달아나 현재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