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개막] 文 패배 원인 뭘까… 보수 결집·충청 완패에 ‘무릎’
입력 2012-12-20 19:39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의 패인은 예상을 뛰어넘은 보수 대결집, 충청 공략 실패, 단일화 효과 반감 등으로 요약된다.
민주당은 당초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지난달 27일 “투표율 65%면 승리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문 전 후보는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명동에서 ‘말춤’을 추겠다고 했다. 77%가 넘어가면 확실히 이긴다는 뜻이었다.
18대 대선의 실제 투표율은 75.8%였다. 유권자 4050만7842명 가운데 3072만1459명이 투표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과의 표차는 108만표다. 산술적으로 유권자의 1.2%(48만6094명)가 더 투표해 77%를 달성하고, 이들이 모두 문 전 후보에게 표를 줬다 해도 박 후보를 이길 수 없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견고한 보수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게 일차적인 분석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20일 “1대 1 구도에서는 보수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민주 대 반(反)민주’의 구도를 짜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보수와 진보의 싸움으로 몰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충청 승부에서 완패했다. 문 전 후보는 도시인 대전에서 49%를 얻어 박 당선인과 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충남·북에서 42∼43%를 얻는 데 그쳐 56%의 박 당선인에게 무려 28만표나 졌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충청도가 무너지면서 충청 출신이 많이 살고 있는 경기도와 인천까지 내주고 말았다”며 “박 당선인이 시·군 지역까지 샅샅이 돌아다닌 반면 문 전 후보는 대전·천안 등 주요 도시 4곳을 방문한 데 그쳤다”고 아쉬워했다.
그동안 야권 대선후보들은 영남에서 뒤진 표를 수도권에서 만회하고, 충청에서 결판낸다는 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충북 옥천이고, 보수 성향의 충청권 대선후보가 불출마하는 등 충청 상황은 야권에 불리했다. 그래서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썼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점도 패인이다. 안철수 전 후보와 경선 방식을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면서 중도표가 이탈했다.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난 안 전 후보는 현지에서 만난 기자들이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고 묻자 “제가 전에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요”라며 “생각을 정리하려고 왔다”고 답했다. 문 전 후보가 40∼50대 여성 표심을 잡지 못한 것도 패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