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개막] 文 “새정치 직접 해보겠다는 저의 꿈 접겠습니다”

입력 2012-12-20 19:38

20일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는 고요했고 또 어수선했다. 매일 수백명의 실무진이 북적이던 건물에 사무실 집기를 정리하는 몇 사람만 눈에 띄었다. 오전 2층에서 만난 당직자는 명함 뭉치를 종이파쇄기에 넣고 있었다.

개표상황실이었던 1층 대회의실에서 오후 3시 중앙선대위 해단식이 열렸다. 정세균 정동영 상임고문, 박병석 국회부의장, 유인태 추미애 의원 등 중진과 김부겸 박영선 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 노영민 비서실장, 이목희 전략기획본부장, 윤호중 전략기획실장, 진성준 진선미 대변인 등 선대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가 등장하자 모두 기립해 박수로 맞았다. 문 전 후보는 인사말에서 “저의 개인적인 꿈은 접지만 민주당, 시민사회, 국민연대 등 진영 전체가 역량을 키워 가는 노력에는 늘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개인의 꿈은 끝이 나지만 민주당은 더 발전해 다음 정부가 빠질지 모르는 오만이나 독선을 제대로 견제해야 한다”면서 “다음에는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정부를 반드시 만들어내기 바란다”고 했다.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백의종군 자세로 야권 새판 짜기에 조력하겠다는 뜻이다. 하루 사이 수척해진 모습이지만 홀가분해 보였다.

문 전 후보는 대선 패배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그는 “후보의 부족함 외에 많이 얘기되는 친노(親盧·친노무현)의 한계일 수도 있고, 진영의 논리에 갇혀 중간층 지지를 좀 더 받아내고 확장해 나가지 못한 부족함일 수도 있고, 바닥 조직에서 여전히 빈틈이 많아 공중전에 의존한 선거 역량의 한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지만 결과는 2% 부족했다. 이를 어떻게 성찰하고 해결해 나갈지가 우리의 과제”라고 했다.

엄숙하고 차분했던 분위기는 자원봉사자들의 소회 발언과 함께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청년불패유세단의 성치훈씨가 “제게, 국민들에게 민주당은 어쩌면 술이었던 것 같다. 김대중이라는, 노무현이라는, 김근태라는 술에 너무 취해서 행복해하지만 않았나 싶다. 국민들이 이제 그 술 좀 끊어봐라 말씀한 거라 생각한다. 잠시 술을 끊고 모난 돌이 정 맞더라도 민주당이 다시 대한민국의 기득권을 깨는 계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보던 우원식 의원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박영선 본부장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40분 정도 북적였던 당사는 해단식이 끝나고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한 당직자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나 보다”라고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