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 하루만에 새누리 후보 당선 보도…탐색기 거쳐 입장 정할 듯

입력 2012-12-21 01:32

북한 매체가 20일 별도의 논평 없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소식만 짤막하게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박 당선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으면서 “내외신 보도에 의하면 지난 19일 남조선에서 진행된 대통령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이듬해 2월 대통령 취임식이 지나서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제16대 대선까지는 선거 2~3일 후 결과를 보도하고 논평을 곁들이기도 했었다.



북한이 논평을 내놓지 않은 것은 대선 기간 동안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을 거칠게 비난하며 사실상 야당 후보를 지지하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북한이 당분간 ‘탐색기’를 가지면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파악한 뒤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에는)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면 남북관계 개선이 급속도로 진전될 수 있는 내용이 많다”면서 “따라서 북한은 이리저리 재어 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옛’ 인연으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의외로 차기 정부에 우호적으로 접근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2002년 5월 11일부터 3박4일간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합의했던 7·4 남북공동성명의 결실을 보도록 힘을 합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정반대로 일각에서는 북한이 기선 제압 차원에서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박 당선인 공약대로 한다면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세게 나올 것”이라며 “인수위 기간에 박 당선인에게 ‘잘 생각하라’는 식으로 대북정책의 방향 전환을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2일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 성탄절 등탑 점등행사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향후 북한의 대남 행보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